김기태(34·사진 왼쪽·현대삼호중공업)와 이주용(31·오른쪽·수원시청)
김기태, 안다리·들배지기 등
들어 넘어뜨려 모래판 평정
이주용, 오금당기기·뒤집기 등
하체 파고드는 기술 전문가
29일 보은대회 한라급 주목
들어 넘어뜨려 모래판 평정
이주용, 오금당기기·뒤집기 등
하체 파고드는 기술 전문가
29일 보은대회 한라급 주목
씨름을 거구들의 힘겨루기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재미로만 따진다면 2014년 우리 씨름판엔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한라급 두 ‘스타일리스트’의 승부가 있다. 한라급이 춘추전국시대라 둘의 맞대결을 1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한 게 아쉬울 뿐이다.
29일 열리는 보은장사씨름대회 한라급에 출전하는 현역 최다(10회) 한라장사 김기태(34·현대삼호중공업)가 그 주인공 중 한명이다. 지난 1월 설날대회에서 아홉수를 깬 김기태는 안다리, 들배지기 등 상대를 들어서 넘어뜨리는 ‘들씨름’으로 모래판을 평정했다. 그보다 세살 어린 이주용(31·수원시청)은 금강장사에서 아홉번 꽃가마를 탄 뒤 한라급으로 체급을 올려 세번을 우승했다. 오금당기기, 뒤집기 등 상대의 하체를 파고들어 공격하는 ‘밑씨름’ 전문가다.
둘의 맞대결이 흥미로운 이유는 예측 불가능한 승부를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벌이기 때문이다. 심판의 휘슬과 동시에 김기태는 이주용을 든다. 백이면 백 김기태가 선공을 펼친다. 이주용이 김기태의 공격에 대응하는 방식도 한결같다. 김기태에게 들린 이주용은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상대의 몸에 바짝 붙인다. 어느 한쪽으로 몸이 쏠리는 순간 김기태의 배지기나 안다리에 당할 수 있다. “공격을 저지하는 자세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게 이주용의 말이다.
김기태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이주용의 균형을 최대한 무너뜨려서 내려놓아야 한다. 첫 공격의 실패와 동시에 이주용의 반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주용은 김기태의 하체를 파고든다. 들어올리지 않는 이상 파고드는 이주용을 제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중심 이동이 좋아 두발을 땅에 디딘 상태에서 웬만해선 균형을 잃지 않는다. 김기태는 “(이주용이) 워낙 힘이 좋아 빠르게 승부를 걸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기태는 무조건 속도전이다. 반면 이주용은 장기전에 강하다.
지난 1월 설날대회에서 둘은 2년4개월 만에 맞붙었다. 결과는 김기태의 2-1 승. 오금당기기에 당해 첫판을 내준 김기태는 둘째, 셋째판에서 벼락같은 들배지기로 이주용을 드러눕혔다. 결승전 못지않은 8강전을 치른 김기태는 그날 한라장사 꽃가마를 탔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처럼 먼저 공격하는 김기태가 정규 대회에서 두번 붙어 모두 이겼다.
어깨 부상으로 지난 시즌 4개월여를 재활에 매진한 이주용은 이번 보은대회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그는 “당시 재활 직후라 연습이 부족했다. 이번엔 많은 준비를 했으니 그때보다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태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그는 “동계훈련을 잘 마쳤기 때문에 설날대회보다 컨디션이 올라왔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테니 재밌는 승부가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라장사 결정전은 29일 오후 3시( 생중계)부터 열린다. 28일 열리는 32강전과 16강전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둘은 다시 한번 8강전에서 만난다. 이들의 4강전 상대는 지난해 추석대회 한라장사 최성환(22·의성군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성환은 대학생으로는 1983년 이만기 이후 30년 만에 한라장사에 올랐다. “두 삼촌들을 한번 이겨보겠다”는 각오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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