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도(가라테)는 스포츠보다는 무술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인 무술인 최영의(최배달)씨가 일본에서 창시한 극진 공수도처럼 일격 필살의 파괴적인 면이 강조된다. 그러나 실제 아시안게임 종목으로서 공수도는 조금 다르다.
25일 충남 천안시 공수도국가대표 훈련장에서 만난 이말수 대표팀 감독은 “공수도는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사람을 상대로 스킨 터치하는 게 포인트”라며 “눈에 보기에는 과격하지만 다칠 가능성이 적고 안전한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스포츠로서 공수도가 가장 중시하는 대목은 모든 기술이 통제된 채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공격 부위는 머리·목·복부·가슴·등·옆구리 등으로 태권도 종목과 비슷하지만 목 부위가 추가돼 있다. 하지만 공수도는 상대 선수에게 직접적 위해를 가할 수 없고 타격 지점 5㎝ 앞에서 멈춰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피부 접촉(스킨 터치)까지도 가능하지만 상대 선수가 다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큰 차이다. 상대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 경우에는 오히려 반칙패할 수도 있다. 물론 부상을 가장하는 것 역시 적발되면 실격 처리된다.
태권도처럼 손발 모두 쓰지만
절대로 상대를 가격하면 안돼
몸통·머리 등 공격따라 1~3점
이번대회에 13개 금메달 걸려
이지환·김도원 등 ‘첫 금’ 도전
공수도 역시 태권도와 마찬가지로 손과 발을 모두 쓴다. 다만 손을 쓰는 비율이 50%에 이를 정도로 자주 사용된다. 스킨 터치의 요령으로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먹으로 몸통과 머리를 지르거나 칠 경우 1점을 얻을 수 있다. 발을 사용해 상대의 몸통을 찼을 때는 2점, 머리를 찼을 때는 3점이 주어진다. 또 유도 기술도 포함돼 상대 선수를 넘어뜨릴 수도 있다. 넘어뜨리는 기술 자체로 점수는 안 되고, 상대를 제압해 주먹과 발로 마무리해야 3득점이 주어진다.
타격이 아닌 접촉을 중시하면서 득점 때 선수의 자세 등 6가지 요건이 규정돼 있다. 득점만을 위한 어설픈 자세는 허용되지 않는다. 적당한 타이밍과 정확한 거리 조정, 그리고 상대를 유효타한 이후 잠재적인 역습을 예상하며 경기에 임하는 상태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공수도는 남녀 합쳐 모두 1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태권도의 품새에 해당하는 형(가타)에 2개가 걸려 있고, 두 사람이 겨루는 대련(구미테)에 남녀 합계 11개 체급이 있다. 한국은 남자 4명, 여자 4명 등 모두 8명이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현재 가타에서는 일본이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련에서는 이란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위권 수준으로 평가받는 한국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말수 감독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최대 2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수도가 일본 무술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하나의 스포츠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지 올해로 20년째이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금메달이 없다. 그러나 60㎏ 미만급인 이지환(25)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에 이어 2011년·2012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67㎏ 미만급의 김도원(24)도 2010년 아시안게임 동메달과 2011년 아시아선수권 3위를 따냈고, 84㎏ 미만급 장민수(24) 역시 2012년 아시아선수권 3위의 기록을 보유해 메달 가능권에 올라 있다. 금메달 유망주인 이지환은 “인지도가 낮은 공수도의 발전을 위해 누가 됐던 금메달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이 아시안게임 두번째 출전인 만큼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천안/글·사진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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