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동쪽(E) 관중석에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 등이 설치돼 있다. 이 무대장치는 9~10일 열릴 콘서트 ‘현대카드 2014 시티브레이크’를 위한 것이다. 이로 인해 6일 FC서울-울산 현대 경기는 동쪽 좌석이 폐쇄된 채 열린다. 스포츠조선 제공
9~10일 행사 앞 구조물 공사로
오늘 서울-울산전 동쪽구역 폐쇄
최용수 감독 “좌석선택 권리 있다”
공단 “안전 문제로 철야작업 불가”
오늘 서울-울산전 동쪽구역 폐쇄
최용수 감독 “좌석선택 권리 있다”
공단 “안전 문제로 철야작업 불가”
한국 축구 사상 유례가 없는 ‘반쪽 관중석’ 경기가 열린다.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K리그 19라운드는 동쪽(E) 관중석이 폐쇄된 채 치른다.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열리는 콘서트 ‘현대카드 2014 시티브레이크’를 앞두고 무대가 설치되기 때문이다. 이미 4일부터 대형 스크린과 이를 받쳐주는 구조물 공사가 시작됐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4일 기자회견에서 “(동쪽 구역을 폐쇄한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축구팬들은 원하는 자리에서 좌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축구팬들을 중심으로 경기장의 관리 책임을 맡은 서울시설관리공단을 향한 비난이 5일 내내 들끓었다.
공단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다 보니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국진 공단 체육시설운영처장은 누리집을 통해 “당초엔 6일 경기가 끝난 뒤 무대를 설치하려 했으나 행사 규모가 크고 세월호 참사로 안전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돼 대책을 찾다 불가피하게 설치 시점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콘서트에 2만~3만명이 입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가 올 경우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다 보니 일정을 당기게 됐다”고 말했다.
팬들을 고려하지 않고 공단의 요구를 수용한 서울 구단에 대한 비난도 거셌다. 언론을 통해 ‘주중 경기 관중이 1만명이 안 되기 때문에 동쪽 구역을 폐쇄하더라도 관중 수용엔 큰 지장이 없다’는 공단 관계자의 말이 보도되면서 비난 수위는 더 높아졌다. 한 팬은 이날 구단 공식누리집에 “주중 경기 관중이 수천명에 불과하다고 관중석 한쪽을 막아버리겠다는 발상에 구단이 순순히 합의를 했다는 사실은 선수와 팬, 팀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프로축구연맹이 집계한 올 시즌 주중 경기 평균 관중은 4645명이다.
비난이 커지자 서울 구단은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에서 “오랜 논의 끝에 공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팬들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단 관게자는 “과거엔 주로 경기가 끝난 뒤 철야 작업을 하곤 했는데 ‘안전 문제 때문에 철야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협조를 요청해 와 거부하기도 힘들었다. K리그 일정은 올해 초에 확정됐는데 3월 말에 잡힌 콘서트 일정 때문에 관중석 일부를 폐쇄하게 돼 우리도 난감하다. 이유야 어찌됐든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