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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탁구의 달인’ 주세혁, 그의 랠리는 계속된다

등록 2014-09-11 11:00수정 2014-09-16 10:15

탁구 국가대표팀의 맏형이자 에이스 주세혁(34·삼성생명)이 지난 3일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2014 인천아시안게임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성스포츠단 제공
탁구 국가대표팀의 맏형이자 에이스 주세혁(34·삼성생명)이 지난 3일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2014 인천아시안게임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성스포츠단 제공
[인천아시안게임 D-8] 노장이 뛴다 ④ 탁구 주세혁
주세혁(34·삼성생명)은 탁구계의 변종이다. 공격형 선수들의 압도적인 힘과 속도가 지배하는 탁구대 위에서 수비 전형으로 세계 정상을 다툰다.

현대 탁구는 선수들의 기량 성장과 함께 라켓의 블레이드(탁구채의 나무판), 러버(블레이드 위에 붙이는 고무판)에 첨단과학까지 접목돼 정상급 공격형 선수들의 공은 시속 200㎞를 넘나든다. 무게 2.5g에 불과한 공은 274㎝ 길이의 탁구 테이블을 넘어오는 사이 스핀까지 더해진다.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수비 탁구의 귀재 주세혁의 라켓은 이런 회전과 속도를 마법처럼 해체한다. 3일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난 주세혁은 “탁구는 눈 깜짝할 새 승부가 갈리는 속도의 스포츠다. 수비 탁구의 묘미는 찰나에 이뤄지는 공격과 수비를 수십 회에 걸친 랠리로 이어가며 승패를 결정짓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수비 전형 선수들이 대개 그렇듯이 주세혁도 초등학교 시절 운명이 결정됐다. 어렸을 적 주세혁은 평범한 운동 신경에다 집중력이 약한 선수였다. 몸이 빠르고 강인한 스타일의 동료들이 공격형으로 나선 것과 달리 주세혁에게는 동그란 셰이크핸드형 라켓과 함께 수비형 선수라는 역할이 주어졌다. ‘4강권에서 맴도는 그저 그런 선수’로 통한 적도 있다. 주세혁은 “그런 평범함 때문에 매일 10㎞ 이상 달리며 지구력을 키우고, 하루 3000개 이상 공을 치는 노력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세계서도 드문 ‘수비 전형’에다
20대 후반부터 기량 더 좋아져
2년전 올림픽서 단체전 은메달
“메달 2개 따 두 아들에 하나씩
2년 뒤 올림픽에도 도전할 것”

주세혁은 1997년 실업팀 대우증권 입단 당시 국내 탁구 첫 ‘2억원대 선수’(2억1000만원) 시대를 열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1998년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늦깎이 태극마크를 달면서 기량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2000년 중국에서 열린 세계남자클럽팀컵대회 은메달을 따면서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류궈량(중국)과 스웨덴의 강자 얀오베 발드네르를 잇달아 꺾었고, 이듬해 일본오픈에서는 세계 최강 마린(중국)마저 넘었다. 2003년 파리세계선수권에서는 세계적인 강자들을 제치고 한국에 남자 단식 사상 첫 이 대회 은메달을 안겼다.

“국내 수비 전형 선수들은 대개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다 무너져요. 힘과 체격이 부쩍 좋아지는 시기에 수비만으로 공격형 선수들을 당해내기가 어렵게 되거든요. 희귀성 때문에 세계 무대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이 있는데, 국내에서 미리 싹이 꺾이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수비로 상대를 흔든 뒤, 허점을 보일 때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게 일품이다. 그는 “2시간 수비 훈련을 하면 2시간은 공격에 할애하고 있다. 상대 실책으로 득점을 낼 수 있지만 수비 전형 선수들도 스스로 득점을 얻을 수 있는 건 결국 공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탁구 선수들의 기량이 정점에서 내려오는 20대 중반 이후 그의 기량은 오히려 올라갔다. 2005년 이후 10년간 국내 주요 대회를 휩쓸다시피 했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더 강해졌다. 2006년 카타르아시안게임과 2008년 중국세계선수권 단체전 은메달을 도왔고,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단체전(준우승)과 단식(3위)에서 두 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2012 런던올림픽 때는 류마티스성 베체트라는 희귀병의 극심한 고통을 딛고 단체전 은메달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그해 세계랭킹이 5위까지 올라갔다.

런던올림픽 이후 ‘국가대표 탁구 베테랑 삼총사’ 가운데 오상은(37), 유승민(32)이 은퇴했고 이제 주세혁만 남았다. 막내 김동현과는 무려 14살 차이다. 현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유승민이 주세혁의 2년 후배이기도 하다. 제 몫을 다하면서 후배들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후배들한테 ‘잠재력은 끝이 없다. 포기만 안 하면 된다’는 얘기를 해준다”고 했다.

탁구 인생에서 그의 랠리는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두 아이 지민이, 지호한테 하나씩 걸어줄 수 있도록 색깔과 상관없이 메달 2개를 따고 싶어요. 힘이 들지만 이번 대회가 끝은 아닙니다.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도전해볼 겁니다.”

용인/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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