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오른쪽)이 21일 저녁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3위로 경기를 마친 뒤 2위 쑨양(중국)과 손을 잡고 있다. 1위는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가 차지했다. 인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박, 자유형 200m서 동메달
초반 치고나가다 뒷심 달려
“무게감 이기지 못한 것 같다”
내일 400m서 다시 메달 도전
하기노, 1m 남기고 막판 뒤집기
초반 치고나가다 뒷심 달려
“무게감 이기지 못한 것 같다”
내일 400m서 다시 메달 도전
하기노, 1m 남기고 막판 뒤집기
‘문학박태환수영장.’ 자신의 이름을 딴 경기장에서의 메달 도전. 25살 박태환(인천시청)에게는 분명 부담일 수 있었다. 반드시 우승하라는 무언의 압박이기 때문이다. 늘 비교되는 맞수 쑨양(23)은 강적이었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다.
박태환은 21일 오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5초85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2006년 도하대회와 2010년 광저우대회에 이어 대회 3회 연속 우승은 좌절됐다. 일본의 신예 하기노 고스케(20)가 박태환과 쑨양의 경쟁구도를 비집고 막판 폭발적인 스퍼트를 보이면서 1분45초23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고, 쑨양은 1분45초28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타트는 나쁘지 않았다. 출발반응 속도가 가장 좋았고, 50m 반환점을 돌며 선두로 치고 나가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100m를 돌아나오면서 쑨양에게 한발 늦었다. 박태환은 150m 이후 마지막 승부에 들어갔으나 막판 힘이 턱없이 부족했다. 150~200m 구간 기록이 27초51이다. 반면 하기노는 같은 구간을 26초로 끊었다. 하기노는 50~100m, 100~150m 구간 기록이 27초대로 3위로 처져 있다가 150m 이후 치고 나왔다. 전성기 때 박태환을 보는 듯했다.
박태환은 조별 예선에서 전체 4위의 기록으로 결승에 올라 6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박태환에게는 좋은 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자들인 마쓰다 다케시, 쑨양, 하기노 고스케가 3, 4, 5번 레인에 나란히 배정돼 한눈에 그들의 레이스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인 배정 등 다른 선수와의 경쟁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했다. 그는 예선 경기 뒤 쑨양에 대해 묻은 기자들의 질문에 “시합하러 온 것이지 쑨양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내 최고기록에 도전하는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태환은 그동안 수영 종목에서 역사를 새로 썼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른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스포츠 영웅으로 떠올랐다. 동양인의 신체 구조상 수영에서 금메달은 쉽지 않았고, 중국과 달리 적은 수영인구를 고려하면 놀라운 일을 해낸 것이다.
그럼에도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후원사 없이 훈련을 해왔다. 미국의 수영 전문가가 박태환 같은 세계적인 선수에게 후원사조차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의 금메달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그 까닭으로 후원사가 없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어왔다.
박태환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저한테 3번째 아시안게임이고,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이고 해서 많은 분들이 금메달을 기대하셨는데 그 무게감을 이기지 못한 것 같다”며 “앞으로 경기에 도움을 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다음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좋은 경기를 보여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박태환은 23일 저녁 8시16분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자유형 400m에 출전해 다시 한번 메달에 도전한다.
인천/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자유형 200m에서 1위를 차지한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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