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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고지’ 오른 초보감독 “10년은 늙은 것 같아요”

등록 2014-10-16 19:16수정 2014-10-16 21:09

이상민 삼성 감독
이상민 삼성 감독
‘데뷔 첫승’ 이상민 삼성 감독
1승이 이렇게 힘든 줄 미처 몰랐다. 선수 시절 672경기에서 378승(294패)을 기록했던 그였다. 감독이 된 뒤 치른 정규리그 일주일 동안 “10년은 늙은 것 같다”고 토로할 만큼 부담도 컸다. 15일 안양 케이지시(KGC)를 상대로 개막 2연패 끝에 데뷔 첫 승리를 따낸 때문인지 ‘초보 감독’의 얼굴에는 약간의 여유가 느껴졌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42·사진) 삼성 감독을 16일 경기도 용인 삼성휴먼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부담없이 하려고 했는데, 실전에 들어가니까 부담이 제발로 찾아오더라”며 “이제 3경기를 치렀고 겨우 1승을 했다. 초보 감독이니까 마음 편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1승 축하주 제의도 마다했다. 그는 혼자서 승리한 경기를 복기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9연패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만큼 힘들었다”며 그동안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그는 감독으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농구계 안팎의 큰 기대를 받았다. 이 감독은 정규리그 통산 3583개 도움(역대 2위) 기록을 가진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그 기량을 바탕으로 중하위권에서 허덕이는 삼성의 색깔을 바꿀 적임자로 꼽혔다. 스포츠계 최고의 인기 스타였던 그가 침체에 빠진 프로농구에 활력소 구실을 해줄지도 관심거리였다. 그는 “매일 저녁 경기를 되돌아보고, 실패한 작전을 통해 차근차근 배우고 있다. 이번 시즌에 바뀐 규칙에 적응해 작전타임을 부르고 선수들과 소통하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다. 빠른 농구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제 겨우 선수들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맞춰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선수시절 9연패만큼 힘들어
져도 고개숙이지 말라 당부
후배 가드 박재현에 특별주문
속공으로 상대팀 무너뜨리는
‘5대5가 아닌 농구’ 보여줄 것

개막 2연패 끝에 1승을 거뒀지만 그는 성적을 내기 위해 서두르지는 않기로 했다. “선수 때는 몰랐는데, 감독 눈에는 잘 보이고 선수한테 안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선수가 감독의 눈으로 경기를 보도록 돕는 게 감독의 구실인 것 같아요.” 자신의 전공을 살려 팀의 포인트가드로 뛰는 박재현한테 ‘특별한 주문’을 하고 있다. 팀 색깔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 열쇠를 쥐고 있는 선수다. 이 감독은 “재현이한테 ‘가드는 잠시도 생각을 멈춰선 안 된다. 팀 밸런스뿐 아니라 골이 잘 들어가는 선수, 궂은일을 해줄 선수를 경기 내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선수들한테 자신감을 심어주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려고 한다. 선수들한테 ‘이겨야 한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는 “이기면 좋지만, 져도 고개 숙이지 말라고 당부한다. 무조건 이기는 경기보다 선수들이 성장통을 겪으면서 한계를 올라서야 한다. 궁극적으로 그게 이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팀을 맡은 지 6개월이 흐르면서 팀이 조금씩 제 색깔을 내고 있다. 선수들이 빠른 농구를 조금씩 더 이해하고 적응해 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주위에서도 ‘작년보다 공격적이고 빠르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감독에게는 1승보다 이런 평가가 더 반갑다. 올시즌을 마무리할 때쯤 그가 듣고 싶은 얘기는 “삼성의 팀 컬러가 확실해졌다”는 말이라고 한다.

그는 올시즌에 ‘5대5가 아닌 농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무슨 말일까. “지는 팀이 앞서고 있는 팀을 쫓아가는 게 모두 속공 상황에서 벌어지잖아요. 상대가 5명으로 전열을 갖추기 전에 속공으로 수비를 빨리 무너뜨리는 거죠.” 경기도 이기고 팬들도 즐겁게 만드는 열쇠가 속공에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용인/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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