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선수의 숙명, 부상과의 전쟁
아침마다 2시간 스트레칭하고
철봉에 매달려 발 들어올리기
아침마다 2시간 스트레칭하고
철봉에 매달려 발 들어올리기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가 10월1일 열린 2014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예선에서 가슴을 앞으로 내린 채 두 다리를 일직선으로 펼쳐 회전하면서 공을 튕기는 팡셰 로테이션을 연기하고 있다. 다리를 일직선으로 펼치는 것도 힘들지만 속도까지 붙여 돌아야 하는 고난도 동작이다. 인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발목 틀어지고 골반뼈에는 금
같은 동작 반복 “속으로 울어요” 물리법칙을 초인적 인내로 역행하면서 몸은 상처를 입는다. 한 발 끝으로 서서 도는 푸에테 피벗, 한 발을 뒤로 올려 잡고 서는 아라베스크 피벗, 가슴을 아래로 내린 채 중심을 잡고 돌아야 하는 팡셰 로테이션을 보자. 모두 한 쪽 발을 축으로 많이 빨리 돌아야 한다.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아도 엄청난 무리가 온다. 가뜩이나 연기 중 신발이 벗겨지면 마찰력이 더 커져 발목이 상한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대개의 선수들은 왼발목이 온전치 않다고 한다. 선수들은 유명해진 만큼 몸은 망가져 있는 모습을 확인한다. 고강민 대표는 “관절은 뼈와 뼈가 이어지는 부분인데 둘을 잡아주는 게 인대다. 매트에 발을 딛고 돌면 발은 박히고 발목 위는 돌아가기 때문에 무리가 발생한다. 때문에 발목이 흔들리지 않게 근육훈련을 한다”고 했다. 인대가 약하면 관절 주변의 근육을 대신 키워야 한다. 고무줄 밴드를 이용하거나, 손으로 관절 부위를 구부리고 펴는 식으로 자극을 주는데 이런 것은 그냥 꾹꾹 눌러주는 마사지와는 다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딴 김윤희의 경우 발목 인대가 아예 끊어져 주변 근육을 키워 관절을 잡아주었다. 지난해에는 무릎 연골 수술까지 받았다. 전문가들은 “손상된 연골과 인대를 주변 근육으로 지탱할 수 있도록 재활을 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정신력”이라고 했다. 발목의 아킬레스, 발바닥, 무릎의 슬관절, 연골은 다 닳았고 허리는 아프다. 발바닥에는 생겼다 사라진 물집으로 굳은살이 박였다. 심지어 잦은 점프로 발바닥의 아치형 선이 무너진 경우도 있다. 선수 시절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골반뼈에 금이 가거나 다른 위치에 가 있는 것을 뒤늦게 알 때도 있다고 한다. 물리치료사 겸 트레이너의 역할이 중요하다. 비틀어진 발목, 무릎, 허리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손연재의 경우 송재형 송피지컬트레이닝 원장이 전담해서 몸의 중심을 잡아주고, 러시아 전지훈련 때는 따로 트레이너를 데리고 간다. 그 외 대표팀 선수들은 고강민 트레이너가 주로 몸을 관리해준다. 이 모든 게 돈이다. 외국의 경우 리듬체조가 동호인들의 클럽 형태여서 마사지사를 고용할 수 있지만, 우리는 소속사가 없을 경우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뒤 학교(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손연재의 경우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11월 스페인 갈라쇼, 연말이나 내년 초 예정인 러시아 전지훈련을 앞두고 여전히 개별훈련과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한순간도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게 리듬체조 선수의 숙명이다. 정신적 압박감을 이기는 것도 리듬체조 선수의 기본이다. 기술 자체가 워낙 민감해 한순간에 무너지면 끝이다. 경기장의 조명과 수많은 관중들로 인한 혼란스러움과 긴장 속에서 자기 연기에 몰두하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단순 반복과 긴장감 때문에 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 자기와의 싸움을 하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는 심리치료가 중요하다. 손연재의 경우 박태환 선수의 심리치료를 맡았던 조수경 박사가 정신력 강화를 위한 지도를 하고 있다. 김주영 대표팀 감독은 “연재는 나름대로 자기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신감을 갖는 자기만의 조절법을 체득했다. 해외에 나가서도 혼자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손연재 이후 세상은 바뀌었다. 소정호 대한체조협회 사무국장은 “연재 이후 리듬체조 저변이 넓어졌다. 초등 3학년 이상의 꿈나무가 많아졌고, 정식으로 등록이 안 된 2학년 미만의 선수도 많이 늘었다”고 했다. ‘연재 키즈’의 등장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길은 험난하다. 남들 다 먹는 피자나 라면의 유혹이 크지만 참아야 한다. 참을 수 없다면 먹은 만큼 그 열량을 훈련을 해서 빼야 한다. 선수들은 내색을 잘 안 하지만 속으로 운다. 그 고통 앞에서 “웬 실수?”라고 팬들이 쉽게 말할 때 선수들은 절망감을 느낀다고 한다. 김주영 감독은 “연재는 재능도 뛰어나지만 노력파이고, 어렸을 때 스트레칭을 하면서도 책을 보는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기대가 된다. 그의 밝은 미소 뒤에 피나는 노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더 많이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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