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챔피언스리그 B조 리버풀과 경기
챔피언스 역대 선수 최다 출장인 144회 달성
올 시즌 ‘웅데시마(열한번째 우승)’ 노려
챔피언스 역대 선수 최다 출장인 144회 달성
올 시즌 ‘웅데시마(열한번째 우승)’ 노려
현존 최고의 골키퍼 카시야스, 과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33)가 5일 새벽(한국시각) 열리는 2014~2015 챔피언스리그 B조 리버풀과의 안방 경기에서 대기록에 도전한다. 1977년 유소년팀 골키퍼에서 갑작스럽게 레알 마드리드 1군에 호출된 이래 챔피언스 역대 선수 최다 출장인 144회를 달성한다. 2000년 레알 마드리드 최연소 골키퍼로 팀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안기는 등 15년 한우물만 파며 일군 이정표다. 그 사이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 스페인 국가대표로 유럽축구대회 2회 우승, 월드컵 1회 우승 등 굵직한 트로피만 20개를 채웠다.
카시야스의 활약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B조 선두(3승, 승점 9)로 나머지 세팀(각 승점 3)과 6점 차이가 난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열리는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이기면 남은 2경기는 쉽게 갈 수 있다. 유니폼 모으기 광인 카시야스는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발로텔리와 유니폼을 교환했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미 지난번 리버풀 원정 때 리버풀의 정신적 지주인 스티븐 제라드의 유니폼을 챙겼던 카시야스는 “전반전 끝난 뒤에는 발로텔리와 바꾸지는 않는다. 경기가 끝난 뒤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카시야스는 “스페인 축구에서는 전반전이 끝난 뒤 유니폼을 교환하는 일이 특별히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해 리버풀의 마리오 발로텔리를 옹호했다. 발로텔리는 지난달 23일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안방경기에서 전반 0-3으로 뒤졌음에도 라카룸으로 들어가면서 레알 마드리드 선수와 유니폼을 교환해 리버풀 팬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카시야스는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로서 시련기도 겪었다. 어린 축구팬들로부터 ‘성인 이케르’라 불린 레알 마드리드의 수호신이었지만, 2012년에는 전임 조제 모리뉴 감독으로부터 배척받아 벤치신세를 지거나 1군에서 밀렸다. 둘의 갈등은 커졌고, 모리뉴 감독은 아예 주전 골키퍼로 디에고 로페스를 중용했다. 카시야스는 “정말 홀로라는 느낌이었다. 더욱이 축구는 체력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이 중요하다. 머릿속이 어떠한 상태인지가 영향을 미친다”며 아픔을 돌아봤다.
하지만 지난해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부임 이래 신임을 회복했고, 올해 5월에는 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을 따내 2000, 2002년에 이어 자신이 수문장을 맡으며 세번째 트로피를 안겼다. 레알 마드리드는 팀 역사상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데시마’(열번째의 스페인어)를 이뤘고, 카시야스는 올 시즌에 ‘웅데시마’(열한번째)를 노린다. 안첼로티 감독은 카스야스와 로페스라는 두 걸출한 골키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리그 경기는 로페스에 맡기고, 컵대회와 챔피언스리그는 카시야스가 책임지게 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로페스가 이적했고, 카시야스가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으로 복귀했다.
카시야스는 16살 때 학교 제도실에서 수업을 받다가 레알 마드리드 1군에 호출됐다. <가디언>은 카시야스가 “수업 중에 교장선생님이 호출해 레알 마드리드에서 나를 부른다는 것을 알게됐다. 학교 미니버스로 집에 가 짐을 싼 뒤 공항 옆 호텔에 간 뒤 곧바로 노르웨이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말한 것을 전했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라 학교 동료들은 아무도 그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로젠보리와의 경기를 위해 노르웨이로 가야했는데, 산티아고 카니사레스 등 주전이 경미한 부상을 입자 제3 골키퍼로 유소년팀의 카시아스를 불러들였다. 경기에 나가지 못했던 카시야스는 “비행기 안에서 호베르투 카를루스, 클러런스 셰도르프, 다보르 수케르 등 세계적인 선수를 보면서 로또 맞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카시야스는 올 여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고간 경험이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실수로 첫골을 내준 다음에는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스탠드의 하얀색 옷을 입은 관중의 함성이 너무 강렬했다. 내가 상대편 골문으로 가 직접 동점골이라도 넣고 싶었는데, 골키퍼라 어쩔 수가 없었다”며 스탠드 가까운 곳에서 팬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꼈던 고통스런 순간을 회상했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4-1 대 역전승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카시야스는 “월드컵 우승보다 더 기뻤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레알 마드리드에서 40살까지는 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창금 기자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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