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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선의 한국 아이스하키, 반란은 시작됐다

등록 2014-11-13 19:00수정 2014-11-13 20:51

백지선 감독(가운데 맨 앞)이 지난 8월 서울 목동 빙상장에서 18살 이하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며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백지선 감독(가운데 맨 앞)이 지난 8월 서울 목동 빙상장에서 18살 이하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며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대표팀 감독 석달, 유로챌린지 2위 돌풍
“영어의 벽? 없어요. ‘하키 랭귀지’면 다 통해요.” 레이저빔 같은 강력한 눈빛과 달리 목소리가 맑다. 1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 아시아인 최초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정상인 스탠리컵을 두 번이나 들어올린 전설의 선수. 40여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아버지의 뜻”대로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석 달을 보낸 백지선(47·영어이름 짐 백) 감독은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나이로 선수를 보지 말라
1살때 이민…북미리그 2회 우승
‘아버지의 뜻’ 따라 대표팀 맡아
유로대회 신예 대거 발탁 ‘적중’

한국 선수들은 스펀지 같아
언어 벽? 하키 랭귀지면 다 통해
24시간 하키만 생각해야 프로
2018년 평창 성적? 오직 연습뿐

“한국 선수들은 스펀지 같아요.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그렇고, 질문이 많은 것이 그래요.” 우리말은 알아듣지만 말은 잘 못하는 백 감독은 선수들이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키 용어를 가능한 한 짧게 줄여 사용한다. 빠른 수비 가담은 하키 용어로 백체킹이지만, 백 감독은 그냥 트래킹이라고 한다. 빨리 쫓아가라는 뜻이다. 숫자가 줄어든 상태에서의 수비 용어인 페널티 킬보다는 그냥 손가락으로 영어의 T자를 만들어 보인다. 용어 하나부터 세심한 배려를 한다.

백 감독은 팀 구성원 22명을 모두 다른 방식으로 대한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어떤 선수들은 소리를 지르면 알아듣고 행동으로 옮기고, 어떤 선수들은 ‘굿 잡’(잘했어)이라고 해야 힘을 낸다. 각기 다른 인성에 맞춰 선수들을 분석하고 대해야 한다.” 선수단 소통의 최종 목표는 “리스펙트”(존경심)다. 이 과정을 거쳐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선수들의 열정을 끌어낼 수 있다. 백 감독은 “재능과 열정, 시스템이 선수를 완성하지만, 그중 열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세계 최고 무대인 엔에이치엘의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매우 작은 데서 생긴다. 하루 24시간 하키만을 생각하는 선수는 프로이고, 그렇지 못하면 아마추어”라고 했다. 심지어 휴식과 기분전환도 계획과 방향성 아래서 짜여야 한다. 백 감독은 농담식으로 “잠을 자면서도 하키를 생각하지 않은 선수가 부상을 당한다”며 웃었다.

백 감독의 부임은 선수 선발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주 헝가리에서 열렸던 유로 챌린지 4개국 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에는 신예가 대거 뽑혔다. 백 감독은 “나이로 선수를 보지 말라. 잠재력이 있으면 발탁해서 키워야 한다. 고등학생이라고, 대학생이라고 안 된다면 벌써 한발 늦은 생각”이라고 했다. 2002 한일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인 히딩크를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한국 특유의 선후배 문화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는 “문화적 차이에 대해선 항상 민감하게 촉수를 세우고 있다”고 했다.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백 감독은 “선수는 늘 준비된 상태로 있어야 한다. 감독은 그중에서 대표팀이라는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최고의 조각들을 찾아내면 된다”고 했다. 내년 여름 사상 처음으로 대표팀 체력훈련을 실시할 예정이고, 엔에이치엘의 디트로이트나 댈러스, 미네소타에서 개최되는 유망주 여름캠프에 선수를 보낼 계획이다. 그는 “밖에 나가서 봐야 시야를 넓힐 수 있고, 그 선수들이 돌아오면 다른 선수들이 배울 수 있다. 눈덩이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현대 아이스하키는 선수의 몸집이 좀 더 커지고 빨라지고 기술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추세에 맞춰야 한다.

백 감독은 북미아이스하키 마이너리그 등에서 11년간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소치올림픽에서 캐나다에 금메달을 안겼던 마이크 밥콕 대표팀 감독이 스승이다. 코칭 수업을 하면서 기록한 노트만도 캐나다 집의 한 방을 가득 채울 정도다. “그 모든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엑셀과 파워포인트, 동영상 편집도 일일이 혼자 배웠다”고 했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까. 백 감독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변수도 많다. 점쟁이처럼 몇 위 입상을 말하기보다는 퍼즐의 완성을 위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주 4개국 국제대회 헝가리와의 첫 경기에서 졌을 때 백 감독은 선수들에게 “하키를 즐기라”며 부담을 덜어주었다. 그 뒤 한국은 이탈리아와 폴란드를 꺾고 2승1패로 2위를 했다. 최약체 팀의 반란이다. 이것이 바로 평창에 도전하는 백지선 감독의 지도력 아닐까.

글·사진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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