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계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영국·독일 등 ‘개최지 선정 비리 보고서’ 공개 압박
“유럽연맹, FIFA 탈퇴” 주장도…블라터 도전 직면
“유럽연맹, FIFA 탈퇴” 주장도…블라터 도전 직면
제프 블라터(78) 국제축구연맹(피파) 회장의 철권에 대한 도전이 유럽에서 일고 있다.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은 “피파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긴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2018·2022 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리 조사 보고서를 원본 그대로 공개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피파 집행위원들에게 보냈다고 외신이 18일(한국시각) 보도했다. 데이비드 번스타인 전 잉글랜드축구협회장은 피파를 “소비에트를 연상시키는 전체주의 권력”이라며 월드컵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레인하르트 라우발 독일축구리그(DFL) 회장도 지난주 “가르시아의 비리 보고서를 그대로 공개하지 않으면 유럽축구연맹(UEFA) 54개 회원국이 피파를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피파의 윤리위원회는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한 부정 의혹을 조사한 결과를 지난주 42쪽 분량으로 축약해 발표하면서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실무 조사를 이끈 마이클 가르시아 조사관은 2년 동안 조사한 420쪽 원본의 내용이 왜곡됐다며 보고서 원본의 공개를 피파 항소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피파에 대한 불신은 특히 영국에서부터 강하게 불고 있다. 피파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잉글랜드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카리브축구협회의 저녁만찬을 위해 3만5000달러를 후원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잉글랜드 쪽은 피파의 발표에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유치위 컴퓨터가 분실돼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애초부터 피파 조사를 거부한 러시아나, 아프리카축구협회 총회에 180만달러를 지원한 카타르와 비교해서도 매우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더 공세적으로 보고서 원본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월드컵 보이콧은 더 급진적인 주장이다. 번스타인 전 잉글랜드축구협회장은 월드컵 흥행을 좌우하는 유럽 국가들이 힘을 합친다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까?’라는 부담이 있다. 자칫 잘못 나섰다가는 월드컵 예선전부터 천문학적인 A매치 경기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청소년 대표팀 등 각급 대표팀이 피파 경기에 출전할 수도 없다.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협조를 얻을 수 있지만 2018 월드컵을 개최하는 러시아의 협조를 구하기는 힘들다.
내년도 피파 회장 출마를 고려했다가 블라터의 5선 도전 발표로 후퇴한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의 입지도 크지 않다. 잉글랜드축구협회를 따라 피파에 반기를 드는 행동이 자기의 행위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식의 반 블라터 전선을 통해 2022 카타르 월드컵 일정을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유리하도록 조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비비시>는 영국이 중심이 된 보이콧 운동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블라터 회장의 독단에 대한 유럽의 불만은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지난주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의 보도를 인용해,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블라터 회장의 말을 전했다. 슈피겔은 10월 노르웨이축구협회를 방문한 블라터 회장이 노르웨이 쪽 관계자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블라터 회장이 “아랍 사람들은 거만하다.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전했다. 이에 대해 피파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보도다. 카타르 월드컵은 카타르에서 열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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