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취리히/AFP 연합
월드컵 비리의혹 보고서 공개 요구한 잉글랜드 축협에
FIFA 제프 블라터 회장 반격 시작…짜증스런 반응 보여
FIFA 제프 블라터 회장 반격 시작…짜증스런 반응 보여
블라터의 반격이 시작됐다. 은근히 잉글랜드 축구협회에 속된 말로 엿을 먹이고 있다.
제프 블라터(78)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그렉 다이크 회장이 2018·2022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의 국제축구연맹(피파) 비리의혹 조사 보고서 완전 공개를 요구하며 블라터 회장 등 26명의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대해 짜증스런 반응을 내놨다. 블라터 회장은 다이크 회장의 430쪽 원본 공개 요구에 대해, “잉글랜드축구협회가 보고서 공개로 인한 피해에 대해 어떤 법적인 소송도 걸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잉글랜드의 월드컵 유치신청과 관련한 부분만 전부 공개하겠다”는 답장을 보냈다고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다이크 잉글랜드 축구협회장이 블라터의 퇴진과 피파 개혁을 위해 전부 공개 해야한다는 주장을 ‘잉글랜드의 유치 활동만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되받아친 것이다. 앞서 마이클 가르시아 피파 윤리위원회 조사관은 430쪽의 비리의혹 보고서를 작성했고, 피파의 한스 요아힘 에케르트 윤리위 실장은 이것을 42쪽으로 축약해 발표해 왜곡 논란을 낳았다.
비교적 협조적으로 조사에 응했던 잉글랜드 축구협회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공개에 동의해봤자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정에서 빚어진 총제적인 부패와 음습한 거래들은 그대로 묻힌 채, 개최지 선정을 위한 잉글랜드의 로비 활동만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는 개최지 선정을 위해 피파 집행위원의 일자리 청탁을 받아주고,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의 저녁 만찬을 위해 3만5000파운드를 후원했다는 점이 축약보고서에서 지적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농담하냐”라며 격한 감정을 표출한 바 있다. 아예 “월드컵 유치위가 컴퓨터를 빌려썼다가 돌려줬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하다.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해 조사 자체를 비켜간 러시아 쪽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감이 작용했다.
블라터 회장은 “피파는 공공 기관이 아니라 스위스 법의 적용을 받는 민간단체”라며 공개 불가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영국에서 피파의 평판이 낮다는 것에 주목한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동의한다면 잉글랜드 보고서만 공개하겠다”며 한방을 먹였다.
앞서 블라터 회장은 비리 정황을 문제로 삼지 않고 “러시아와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며 조사의 종료를 선언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피파 홈페이지를 통해 2018·2022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정에서 불거진 의혹과 관계된 이들을 스위스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블라터 회장의 장기집권으로 인한 피파의 불투명성이나 개최지 선정의 부정 문제는 사라지고, 관련자에 대한 조처를 사법당국의 판단에 넘김으로써 자신에 대한 공격의 초점을 돌려버린 셈이다.
<가디언>은 블라터 회장의 대응은 “마키아벨리적”이라고 지적한 뒤 “내년 피파 회장 5선에 도전하려는 블라터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피파의 개혁은 요원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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