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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엔 “기다려달라” 선수들엔 “생각하는 축구하라”

등록 2014-12-08 19:13수정 2014-12-08 20:42

★ 별별 스타 ㅣ 광주FC ‘1부 승격’ 이끈 남기일 감독대행
골키퍼한테 공 길게 못차게 해
수비부터 방향 전환·압박 강조
남기일 광주FC 감독대행
남기일 광주FC 감독대행
저 감독 누구야? 삐쭉 올라간 눈에 자신만만한 표정, 악동의 끼 넘치는 얼굴에 앳되 보이는 모습까지. 익숙치 않은 인물의 등장에 어리둥절했던 팬들은 시원시원한 축구로 K리그 1부 진출까지 확정하자 궁금증이 더 커졌다. 도대체 누구야?

3일과 6일 경남FC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쳐 광주FC를 1부로 끌어올린 남기일(40) 감독대행은 ‘지도자 유형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지장 스타일의 사령탑이다. 2013년 9월 광주의 감독대행으로 선임된 뒤 1년4개월 동안 이론과 현장은 1부 진출로 응축됐다. 합계 4-2 승리(1차전 3-1, 2차전 1-1)를 일궈낸 남 감독대행은 “창의적인 축구와 생각하는 축구를 하도록 팀을 개조한 게 빛을 본 것 같다”고 했다.

가령 골키퍼는 공을 잡으면 무조건 뻥 차지 못하도록 했다. “공을 빼앗기면 찾아오기가 너무 힘들다.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손발을 맞추면서 아래서부터 만들어나가야 한다.” 수비부터 공을 주고 받으며 전진해야 공격수가 자기 진영을 바라보지 않고 전방을 향한 상태로 공을 받아 효과적으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보통 10년 이상 몸에 밴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왜 공을 차는지 생각하도록 주문하면서 선수의 두뇌 사이클과 맞춰야 한다.” 때로는 여러 선택지를 제시해 택하도록 한다. 그래도 가장 쉬운 방법은 선수단 가운데 좀더 빨리 이해하는 선수를 보고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1부 리그에서 뛰던 선수한테는 “2부 챌린지에서는 자존심 다 버리고 팀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부탁했다. 차근차근 설명하느라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결과가 증명하니 지금은 알아서 뛴다.

시즌 초중반에는 챌린지리그 1위 대전이 잘나가면서 비교되기도 했다. 남 감독대행은 “대전 따라가려고 욕심부렸다가는 죽도밥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구단 수뇌부에 “기다려달라”며 자신의 색깔을 밀고 나갔다. 볼 소유와 더불어 강조한 것은 방향 전환과 전진 압박. 남 감독대행은 “상대 수비가 자리를 잡아도 역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공을 자꾸 방향 전환시키면 수비층이 엷어지거나 구멍이 날 때가 있는데 그곳을 노린다”고 했다. 이때는 공을 주고받은 두 명의 선수뿐 아니라 제 3의 선수가 언제든 기회를 파고들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강팀을 만나도 수비선을 내리기보다는 끌어올리기도 한다. “공격수들이 수비에, 수비수들이 공격에 가담하도록 해야 수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 하지만 남 감독대행은 “공을 오래 소유하고 있으면 힘들지 않다. 빼앗긴 것을 찾아오면서 낭비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다.

에스케이와 전남을 거쳐 2008년 성남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 남 감독대행은 프로 시절 40골-36도움주기를 기록한 ‘결정력의 사나이’. 2009년 천안시청 플레잉코치 때부터 하재훈 감독 밑에서 지도력을 쌓아왔고 2011년 광주의 창단 코치로 가담했다. 팀 지도 방향에 회의를 느껴 2012년 한 해 동안 모든 것을 버리고 “영어 공부와 코칭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갔다가 2013년 다시 합류했다. 그리고 “과거 에스케이 시절 니폼니시 감독, 선배였던 윤정환 감독 등에게서 배운 것도 활용해” 27명의 소규모 선수단을 1부로 끌어올렸다.

곧 대행 꼬리표를 뗄 예정인 남 감독대행은 “팀을 맡은 이후로 큰 꿈을 그려왔고, 때로는 잠을 못 이루는 날도 많았다. 그러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꿈인가 생시인가 한다. 광주를 응원해준 팬들뿐 아니라 구단의 대표이사로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중흥건설 사장님에게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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