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올라갈 데가 없을 것 같았다. 개막 뒤 두 달여간 승률 10할. 11경기 전승 행진으로 여자프로농구 단일리그 최다 연승 기록을 연일 새로 쓰고 있다. 정규 리그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우승하는 통합 챔피언 3연패 얘기가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만년 꼴찌팀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지 불과 3년 만이다. 지난 10월에는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아시안게임에서 20년 만에 한국을 정상에 올려 놨다.
위성우(43) 춘천 우리은행 감독을 9일 서울 성북구 구단 훈련장에서 만났다. 연승 행진이 어디까지 갈지부터 물었다. 위 감독은 “연승에 조금도 미련이 없다. 오늘 경기, 다음 경기 밖에 안 본다”고 했다. 그는 “모든 팀이 절박하다. 포스트시즌 나가려고 피말리는 싸움을 한다. 연승 기록 정도에 매달리는 정신력이라면 무조건 진다”며 단호했다.
우리은행은 한때 여자농구의 ‘미운 오리’였다. 위 감독 부임 전까지 네 시즌에서 155경기 127패(28승)라는 참혹한 성적으로 4년 연속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위 감독이 들어오면서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혹독한 훈련이 시작됐다. “그 방법 밖에 없었어요. 될 때까지 시켰고, 안될 걸 알면서도 시켰어요. 오후 3시에 시작해서 쉬지 않고 밤 11시까지 훈련한 적도 있었죠. ‘얘가 죽나, 내가 죽나’ 할 만큼 죽을 각오로 했어요.”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부임 첫 해 24승(11패)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신한은행을 ‘절대 강자’ 자리에서 밀어냈다. 지난 시즌에도 25승(10패)으로 정규리그 1위를 기록한 뒤, 챔피언결정전까지 승리하며 2년 연속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에이스가 없다고 평가절하 된 적도 있지만, 팀 전체가 상향 평준화된 결과였다. “‘고만고만한 선수들’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우리는 무조건 5명이 하는 농구에요. 주어진 팀 여건에서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려고 했죠. 이름난 한 명이 잘하는 대신 비슷한 선수들 전체가 기량을 끌어올리니까 기복도 없잖아요?”
위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그는 현역 때 경기당 10분 정도 뛰는 식스맨이었다. 골밑 슛 하나만 놓쳐도 밤새 자책을 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늘 부족함을 느끼던 성격이 지도자할 때 힘이 되는 것 같다. 경기가 끝나면 눈은 뒤를 돌아보고, 귀는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 3년째에 접어들면서 팀이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 그는 “잘못된 점을 지적하려고 작전 타임을 부르려는 시점에 선수들이 코트에서 먼저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 이런 게 내구성인 것 같다”고 했다. 두 차례 우승하는 시기에도 늘 불안감이 있었는데, 조금씩 든든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감독과 선수가 2년 넘게 함께 하면서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도 했다.
선수들도 ‘이기는 재미’에 푹 빠졌다. 드러내놓고 “한 게임도 지고 싶지 않다”고 할 만큼 자신감이 붙었다. 1971년생인 위 감독부터 전주원 코치 등 1975년생까지 ‘연연생’으로 구성된 스태프들도 찰떡 궁합을 보이고 있다. 위 감독에게 책임과 권한을 건네고, 부임 뒤 6개월 동안 훈련장을 한번도 찾지 않았던 구단 프론트와의 상호 신뢰도 좋다. 위 감독은 “어떤 경기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걸 오랜 기간에 걸쳐 증명한 게 명문 팀이다. 우리은행이 명문으로서 틀을 갖추도록 하는 게 내 몫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목표가 궁금했다. “지금까지 시즌 중에 우승이 목표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11일 케이비(KB) 국민은행과의 다음 경기를 이기는 게 지금 최고 목표입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