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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곳곳 상처·최근엔 앞니까지…“훈장 하나 늘었어요”

등록 2015-01-01 18:39수정 2015-01-01 21:14

30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만난 대명 상무의 조민호(오른쪽)와 팬 정소영씨가 스틱을 들고 동작을 취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30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만난 대명 상무의 조민호(오른쪽)와 팬 정소영씨가 스틱을 들고 동작을 취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2015 팬 별을 만나다] (2) 아이스하키 ‘대들보’ 조민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다 잊어버렸어요.”(여성팬 정소영씨) “저 괴물 아니에요, 물어보세요.”(대명 상무 조민호 선수)

지난 30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조민호를 만난 정소영씨는 얼굴이 발개졌다. 준비해온 것은 많았지만 막상 좋아하는 선수를 직접 보니 말문이 막힌 것이다. 한참 뜸을 들이다가 용기를 낸다. “아이스하키 정말 남성적이에요. 몸싸움 장난 아니고요. 전 그런 것 보면서 스트레스 팍팍 푸는데, 선수들도 싸움하면서 스트레스 푸나요?” 조민호가 빙그레 웃는다. “일부러 몸싸움하지 않아요. 퍽을 차지하거나 좋은 자리 잡으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충돌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지죠. 군인 신분이라 많이 참는 편이에요.”

정말 남성적인 운동이에요
좋은 자리 잡으려 다툼 심해
저는 군인이라 많이 참는 편

그러고 보니 조민호의 얼굴이 말이 아니다. 눈은 반짝이고 웃음은 맑은데 입술 주위는 스틱에 찢긴 흉터 자국이 여럿이다. 최근엔 앞니 하나도 빠져버렸다. “마우스피스를 껴도 스틱이나 팔꿈치로 워낙 많이 가격을 당하니까 점점 약해져요. 저도 몰랐는데 갑자기 쑥 빠지더라고요.” 조민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정소영씨는 안쓰러운 표정이다. “그런 줄 몰랐어요. 스케이트를 타면서 쏜살같이 달리는 선수들이 마냥 멋있게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힘들게 운동을 하네요.” 조민호가 “그래도 팬들이 있고, 얼음판이 있어 얼굴에 신경쓰지는 않아요. 우리끼리는 ‘훈장’ 달았다며 서로 축하해 줘요.”

팬레터 받으면 놀림 안 받나
사탕이나 과자도 많이 받아
방 같이 쓰자고 난리들이죠

대명 상무의 주장 조민호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보배다. 1m74의 단신이지만 스틱을 다루는 손 기술과 시야가 국내 최고다. 한·일·중·러 9개 팀이 참가하는 2014~2015 아시아리그에서 1일 현재 도움 부문 3위(29개)이고 한국 선수 중 1위다. 골과 도움을 합친 공격포인트 부문에서도 14위(38개), 한국 선수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김정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과장은 “축구의 게임메이커처럼 대표팀에서도 핵심 고리 구실을 한다”고 설명했다. “질문 있어요.” 친숙해졌는지 정소영씨가 적극적이 된다. “조민호 선수를 좋아하는데, 혹시 팬레터 많이 받으면 동료들이 놀리지 않나요?” 조민호는 “편지도 오지만 과자나 사탕을 많이 받는다. 선물 못 받는 친구들이 놀리기도 하지만 같이 방 쓰자고 난리다. 아무래도 먹을 게 많으니까”라며 웃는다.

국내 아이스하키의 인기는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2018 평창올림픽 본선(12개 팀)에 출전하게 되면서 케이블 <엣지티비>가 아시아리그 대명 상무, 안양 한라, 하이원 경기를 대부분 생중계하는 등 환경이 좋아졌다. 정소영씨는 “농구, 배구, 야구장 다 가봤지만 아이스하키가 가장 재미있다. 한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이 넘치고, 입장료도 6000원으로 가장 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스하키는 현장에서 봐야 제맛이 난다”고 덧붙였다. 목동을 홈으로 사용하는 조민호는 “관중이 많이 오면 힘이 나고,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집중하게 된다. 매 경기 500명에서 1000명까지 오시는데 좀더 많이 와 일본처럼 스탠드를 꽉 채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원정을 가면 현지의 조민호 팬들은 ‘넘버 87, 조민호’라는 플래카드를 걸기도 한다. 조민호는 “아이스하키는 소리의 종목이다. 방송에서는 퍽이 보드를 때리는 엄청난 충격음이나 스틱이 부러질 정도의 마찰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했다. 정소영씨도 “텔레비전으로는 잡을 수 없고, 따라갈 수 없는 장면들이 꽤 많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아이스하키는 현장서 봐야 제맛
퍽·스틱 등 쾅쾅 ‘소리의 종목’
방송으로는 들을 수 없지요

2년여 전 대명 상무 창단 때부터 아이스하키에 빠진 영어 강사 정소영씨는 “학원에서도 조민호 선수를 아는 학생이 있다. 이렇게 팬들이 더 많아지면 팬클럽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조민호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2일 저녁 7시 고양 아이스링크에서 하이원과 ‘리조트 더비’를 하는데 올래요? 만약 제가 골 넣으면 키스 세리머니 보내줄게요. 골 못 넣어도 이기면 세리머니는 할게요. 하이원 홈경기는 돈도 안 받아요.” 정소영씨가 즉석에서 “좋아요. 가겠어요”라며 응답한다. 익숙해진 둘의 화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조민호는 “국가대표팀 감독도 영어로 많이 얘기하고, 일본 친구들과 소통할 때도 영어가 필요하다. 가르쳐 줄 수 있느냐?”고 묻자, 정소영씨는 “거주 동네도 서울 중계동, 상계동이니까 비시즌 때는 조민호 선수의 무료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화통하게 답했다.

영어강사니까 선생님 돼 줄게요
경기 보러 오면 ‘키스 세리머니’
평창에서 돌풍 일으키고 싶어

2012년 창단한 대명 상무는 지난해 22명 정원을 채우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군 내부의 평가는 좋다. 여기에 연간 6~8억원을 지원하며 메인 스폰서 구실을 하는 대명홀딩스(서준혁 사장)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조민호는 “평창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다른 출전팀들과 실력차는 있지만 열심히 해서 돌풍을 일으키고 싶다”고 했다. 옆에서 듣던 정소영씨가 “아이스하키를 보러 가면 다른 경기 보러 갈 때와 달리 우쭐할 때가 있다. 조민호 선수 멋있어요!”라며 하이파이브를 한다. 스타 앞에서 팬은 열성 서포터가 됐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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