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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아서” 순수한 럭비인들, 그 마음을 알까?

등록 2015-01-06 22:13수정 2015-01-06 22:34

럭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인천 송도 엘엔지(LNG)스포츠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하고 있다. 인천/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럭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인천 송도 엘엔지(LNG)스포츠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하고 있다. 인천/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창금의 무회전 킥
스포츠 기자로 살아오면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몇 있다. 홍명보와 나카타 히데토시가 맞섰던 잠실의 한일전도 한 장면이고, 콘크리트보다 딱딱한 효창운동장에서 무릎 연골을 다쳐 실려나간 여중생 축구선수의 모습도 기억에 있다. 인수봉 암벽 등반이나 평택항에서 딩기요트를 직접 몰았던 것도 잔상에 남아 있다.

그런데 추억의 장면엔 럭비도 있다. 장소는 어렴풋하지만 진흙의 맨땅에서 우람한 체구의 선수들은 쉴새 없이 몸을 부닥쳤다. 스크럼을 쌓고 버틸 땐 허벅지나 팔뚝의 심줄이 유난히 불거져 보였다. 전력질주 뒤에도 헉헉 숨을 내쉬며 온힘을 다하는 원시적 야성미는 얼마나 강렬했는가.

대학시절 럭비부 등과 합숙 생활을 했던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럭비부 선수들이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다. 축구나 농구 등은 졸업 뒤에도 갈 곳이 많았지만 럭비는 없었다. 졸업 뒤 생업 현장으로 나가야 하니까 들입다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양승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전무는 “아이스하키 선수 시절 럭비부 선수들과 접촉할 기회가 있었다. 정말 순수한 친구들이고 자존심이 강하다”라고 했다.

종목의 특수성이 선수들을 우직하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럭비는 팀워크가 없으면 되지 않는 운동이다. 달려서 트라이를 해야하지만 절대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앞으로 패스하면 오프사이드가 돼, 항상 뒤로 패스하면서 전진해야 한다. 정삼영 15인제 국가대표럭비팀 감독은 “복종과 매너, 희생정신의 스포츠다. 경기가 끝나면 상대나 우리나 모두가 하나”라고 설명했다. 심판은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언제나 “노 사이드(No Side·편은 없다)”를 선언하도록 규칙에 돼 있다.

삼성중공업 럭비단 해체설 소문으로 럭비가 신음하고 있다.(▷ 관련기사 : “삼성이 럭비팀 해체하면 한국 럭비는 몰락”)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행여 소문이 사실이 된다면 럭비계로선 치명타다. 실업팀이 딱 3개이고, 그 가운데 핵심이 삼성이었기 때문이다. 6일 서울역 KTX역사 4층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읽은 원종천 부회장은 “삼성중공업 해체설을 믿고싶지 않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한숨을 쉬었다.

스포츠에선 종목별로 빈익빈부익부가 있다. 비인기종목이라도 핸드볼이나 양궁은 SK나 현대 쪽에서 후원해 형편이 낫다. 또 아이스하키 같은 종목은 정몽원 협회장의 사재출연 등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투지 스포츠의 대명사 럭비는 회장도 영입하지 못해 공석이다. 6일 기자회견장에는 대학선수들을 포함해 많은 학생 선수들이 모였지만 차가운 날씨처럼 모두 움츠러들었다. 정삼영 감독은 “선수들이 참 안됐다. 럭비가 좋아서 입문했지만 이들의 앞에 놓인 미래를 생각하면 갑갑하다”고 했다. 일본의 등록 선수 규모의 100분의 1도 안되지만 늘 대등하게 맞서며 아시아 톱을 유지해온 한국. 하지만 해체설만으로도 휘청대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럭비인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고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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