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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깎신’의 새해 포부 “세계 5위 목표”

등록 2015-01-07 15:19수정 2015-01-07 22:10

여자 탁구대표팀 에이스 서효원(오른쪽)이 6일 탁구 팬 송승훈씨에게 자신의 장기인 서브 비결을 가르쳐준 뒤 나란히 서브를 시도하고 있다.
성남/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여자 탁구대표팀 에이스 서효원(오른쪽)이 6일 탁구 팬 송승훈씨에게 자신의 장기인 서브 비결을 가르쳐준 뒤 나란히 서브를 시도하고 있다. 성남/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2015 팬 별을 만나다] (4) ‘얼짱·실력짱’ 탁구선수 서효원
송승훈(33)씨의 스매싱은 매서웠다. 생활체육 탁구인이라지만 전국 남자부 최상급 선수들이 속한 ‘챔피언부’ 1, 2위를 다투는 그였다. 송씨가 백핸드로 때린 공이 서효원(28·렛츠런 탁구단) 쪽 탁구대를 순식간에 두드리고 빠져나갔다. 서효원의 얼굴에서 특유의 반짝이는 미소가 사라졌다. “봐주지 않을래요.” 국제탁구연맹(ITTF) 여자 랭킹 8위의 강력한 커트와 스매싱이 연거푸 터져 나왔다. 결과는 11-3. 가볍게 승리를 따낸 서효원은 “팬이랑 탁구를 치는 건 처음인데, 전업 선수를 해도 되겠다”며 송씨를 치켜세웠다. 송씨는 “쑥스러워서 얼굴은 못 쳐다보겠다. 공을 주고받은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이들은 6일 경기도 성남 렛츠런(전 한국마사회) 탁구단 훈련장에서 만났다. 충북 제천에 직장이 있는 송씨는 서효원과의 만남을 위해 평일이던 이날 150㎞를 넘는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왔다.

송승훈씨(이하 송) 역시 세계적인 선수의 서브는 놀랍네요. 공이 푹 꺼지면서 들어와요. 원래 서브가 강한 걸로 유명하잖아요?

서효원(이하 서) 맞아요, 맞아.(웃음) 초등학교 때부터 서브가 좋았던 것 같아요.

아마추어들이 써먹을 만한 비결을 알려줄 순 없나요?

비결이라면 타고난 손목 힘이랄까?(웃음) 회전을 줄 때 손목을 최대한 활용해야 해요. 그리고 회전이 들어가는 순간 짧고, 정확하고, 강한 힘을 가해야 하죠. (서효원은 인터뷰 뒤 송씨의 서브 자세를 교정하는 원포인트 레슨도 해줬다.)

‘탁구 얼짱’으로 유명하잖아요.

사복을 입으면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요. 트레이닝복 입었을 때만 ‘탁구 얼짱’인 것 같아요.(웃음)

처음부터 탁구를 잘했어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탁구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학교에서 ‘탁구 할 사람 손 들라’ 하길래 나갔더니 초코파이랑 요구르트를 줬어요. 너무 맛있어서 ‘이걸 계속 먹을 수 있겠다’ 싶어서 선수로 눌러앉았죠.

서효원은 ‘늦깎이’ 선수다. 19살이던 2006년 실업팀 현대시멘트에 입단했지만, 2년 넘게 백업 선수로 뛰었다. 2008년 당시 한국마사회로 팀을 옮기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현정화 마사회 감독이 “비장의 무기를 키우고 있다”고 할 만큼 애제자로 인정받았다. 2012년에 처음 국가대표로 뽑혔다. 이듬해 코리아오픈, 폴란드오픈 여자단식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대표팀 에이스로 성장했다. 한때 100위권을 오가던 세계 순위는 8위까지 올라 있다.

25살에 첫 태극마크 ‘늦깎이’
수비형은 노련미가 필요하죠
얼짱? 사복 입으면 잘 몰라봐
드라마에 푹…‘남친’은 없어요

아마 고수 팬과 대결 3점 내줘
“전업선수 해도 되겠어요” 덕담

수비 전형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일찍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데.

힘을 앞세운 공격형 선수들은 대개 20대 초반 전성기가 와요. 수비 전형 선수들이 이들을 보면서 일찍 좌절하는 경우가 있죠. 수비는 노련미가 쌓이면서 기량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그때까지 꾸준히 훈련하고 기량을 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후배들한테도 ‘수비는 못해도 중간은 하니 걱정 말라’고 다독여주곤 해요. 저로서는 오랜 기간 다른 선수들 밑에 있어봤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에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야 합니다.

아마추어 선수들 사이에서도 최근 국제대회 공인구로 된 ‘플라스틱 공’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요. 수비형 선수들에게 불리해졌다, 아니다를 놓고.

그런 얘기가 언론에서 나온 걸 봤어요. 볼 회전력이 줄어서 수비 전형이 상대를 괴롭히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공의 변화가 적어지면서 역습이 쉬워졌어요. 랠리를 많이 하는 수비 전형들한테 유리한 점도 있고요. 공이 바뀌었다는 핑계로 수비 선수들이 못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요. 수비가 불리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플라스틱 공이 아마추어대회에도 곧 도입될 텐데, 잘 칠 수 있는 팁을 살짝 알려준다면?

공을 라켓에 더 정확히 맞혀야 이전과 비슷한 위력이 나요. 타점을 높이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맑은 표정, 밝은 말투가 인상적이에요. 낙천적인 성격인 것 같아요.

원래 스트레스를 잘 안 받아요. 부모님과 코치 선생님들의 영향이 컸죠. 못할 때도 ‘너는 잘할 수 있다. 국가대표도 될 수 있고 최고도 될 수 있다’고 늘 응원을 해줬거든요. 매순간이 목표를 이루려는 과정이라고 다독임을 받으니까 절망하지 않게 돼요.

‘팔랑이’, ‘핑크 깎신’이란 별명도 있던데요.

어렸을 때 팔랑거리면서 연습한다고 선배들이 지어준 별명이에요. 탁구가 재밌고 즐거워서 그랬는데 진중하지 못하다고 종종 핀잔을 받았어요. ‘핑크 깎신’은 핑크색을 좋아한다고 주위에서 붙여줬어요. 옷들이랑 핸드폰 케이스, 라켓 케이스, 가방, 이불이 전부 핑크색이더라고요.

서효원에게 탁구란 뭔가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먹고 살게 해주는 것!(웃음)

서효원에게 최근 좋은 소식이 많다. 국제탁구연맹(ITTF)이 선정한 ‘2014년 최고의 랠리’에서 여자 선수로는 최고인 7위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이후 12위까지 추락했던 국제탁구연맹 세계순위도 새해 첫 발표에서 8위에 올랐다. “새해 목표는 랭킹을 5위까지 끌어올리는 거예요. 국제대회에서 중국 에이스급 선수들에게 늘 막혔는데, 올해는 많이 이겨보고 싶다는 소망도 있고요.” 서효원은 여자 탁구선수로는 드물게 팬클럽을 가졌다. 끝으로 이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을 물었다. “남자친구요? 없어요. 요즘은 드라마와 사랑에 푹 빠졌어요. (드라마 <선덕여왕>의 주인공) 비담을 보고 있노라면 전혀 외롭지가 않아요.”

성남/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서효원

경북 경주, 28살

렛츠런 탁구단(전 KRA마사회)

국제탁구연맹 세계랭킹 8위

별명: 팔랑이, 핑크깎신, 탁구얼짱

취미: 드라마 보기, 노래방 가기

•2011년 전국종합선수권 여자 단식 우승

•2013년 코리아오픈 여자 단식·폴란드오픈 여자 단식 우승

•2014년 국제탁구연맹 독일오픈 여자 단식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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