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저녁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는 프로농구사에 의미있는 기록 하나가 나왔다. 원주 동부 김주성(36)이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개인 통산 3835번째 튄공잡기에 성공하며 조니 맥도웰(3829개)을 제치고 이 부문 역대 2위로 올라섰다. 2002년 데뷔해 13시즌 동안 세운 대기록이다. 제2의 김주성을 꿈꾸며 뛰는 후배들에게 목표가 될 새로운 이정표였다. 그러나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별도의 축하행사를 마련하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서울 에스케이(SK) 주희정(38)이 창원 엘지(LG)와의 경기에서 한국 프로농구사상 최초로 900경기 출전 금자탑을 쌓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997년 데뷔한 뒤 17시즌 동안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줬기에 쓸 수 있는 대기록이었지만 연맹은 축하에 인색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고 부랴부랴 사흘 뒤 축하행사를 열었다.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연맹이 오랜 시간 농구에 헌신하며 쌓은 기록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대기록에 대한 존중과 예우는 기록을 세운 선수 자신에게도, 그 선수를 바라보며 뛰는 후배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며, 팬들에게는 농구를 즐기는 또 다른 기쁨이 된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대기록 달성을 농구계 전체가 축하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15일 엘에이(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37)가 미네소타와의 원정경기에서 마이클 조던을 넘어 통산 득점 3위(3만2293점)로 올라서는 순간 경기를 잠시 중단시키고 성대한 축하행사를 열었다.
연맹이 무관심했던 대기록 달성을 축하한 것은 상대팀이었던 전자랜드와 인천 팬들이었다. 전자랜드 구단은 김주성이 3830번째 튄공을 잡고 통산 2위로 올라서는 순간 장내 아나운서를 통해 대기록 달성을 알렸고, 팬들은 커다란 함성과 박수로 김주성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하프타임 때는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직접 김주성이 기록을 세울 때 잡은 농구공과 꽃다발을 선물했다. 상대팀임에도 원정팀 선수의 기록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대우해준 전자랜드의 행보에 많은 팬들은 감동을 받았다. 팬들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케이비엘은 고민했으면 한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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