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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다이어트’에 스포츠계 ‘어질어질’

등록 2015-01-11 20:28수정 2015-01-12 14:09

프로구단 군살빼기 이어 럭비단 해체설까지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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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발 폭풍이 스포츠판을 흔들고 있다. ‘럭비단 해체설’이 대표적이다.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삼성의 명쾌한 해명이 없자 럭비인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국내의 다른 기업이 팀을 해체한다고 하면 미풍이지만, 삼성이 연간 15억~16억원 정도 투자하는 실업팀을 해체한다는 것은 ‘설’만으로 폭풍이 된다. 삼성이 스포츠판에서 갖는 영향력의 한 단면이다.

삼성의 스포츠단 운영의 큰 틀은 고비마다 전략적인 변화를 시도해왔다. 1977년 여자농구팀을 시작으로 남자농구, 여자탁구, 남자탁구팀 등 실업팀 창단은 자생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신군부 세력의 기세가 등등했던 1982년 프로야구 삼성의 창단은 외압이 배경이다. 테니스, 럭비, 배구, 축구, 배드민턴팀 창단이 1995년 전후에 집중되는데 이건희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피선 시점인 1996년 가을 이전에 이뤄졌다. 그 뒤 태권도, 육상이 삼성 스포츠단에 추가됐지만 삼성의 관심은 국내팀 창단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한 스포츠 마케팅에 모아졌다. 1997년 올림픽 후원 계약 체결, 2005~2015년 잉글랜드 축구단 첼시와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이 두드러진다.

최근 럭비단 해체설 등으로 시작된 삼성발 변화는 ‘경영합리화’ ‘체질 개선’ ‘효율’ 등 경제적 개념이 중심에 있다. 20~30년간 매년 수백억원의 운영비를 ‘묻지마’ 식으로 쏟아부었던 것에서 벗어나 성과를 차근차근 따지면서 군살을 빼자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시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변화의 요인이다. 외형적으로는 수원 삼성 프로축구단(지난해 4월)과 남녀 프로농구단(지난해 9월)의 모기업을 제일기획으로 바꿨다. 삼성 쪽은 “스포츠 마케팅의 오랜 노하우가 있는 제일기획의 역량을 결합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백조원 매출 규모의 삼성전자에서 수조원 매출의 제일기획으로 모기업이 바뀌면서 축구단 내부엔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대표이사도 제일기획의 박찬형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겸직으로 맡고 있고, 적자를 줄이기 위한 자력갱생 요구는 더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사회공헌 차원 운영했지만
경영합리화·체질개선·효율 등
이젠 경제적 개념 중심으로 변화

고액연봉 선수들 방출 시도하고
광고비 명목 지원금 갈수록 줄여
‘적자 줄여라’ 자력갱생 요구 거세

막대한 구단 운영비 부담 줄이고
수익창출 마케팅도 방향 맞지만
“비인기종목 더 힘들어져” 우려도

삼성의 스포츠 지원 축소는 국내 스포츠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서포터스들이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는 모습.
삼성의 스포츠 지원 축소는 국내 스포츠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서포터스들이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는 모습.
축구단은 비상이 걸렸다. 주력 지원사인 삼성전자가 최근 3년 새 광고비 명목의 지원 규모를 줄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2011년 317억원을 축구단 지원금으로 지출했던 삼성전자는 2012년 288억원, 2013년 277억원으로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수원 축구단은 과거 축구계의 큰손이었지만 지금은 고액 연봉 선수들의 방출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은 1월1일부로 자유계약선수가 된 김두현, 염기훈과 계약하지 않았다. 일단 팀 동계훈련장에 합류시켜 운동을 하고 있지만 타 구단과 협상해 계약하면 곧바로 내보낸다는 방침이다. 만약 두 선수가 갈 곳이 없어 잔류한다면 큰 폭의 연봉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 역시 고액 연봉자인 골키퍼 정성룡은 아직 1년간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해외 구단이라도 좋으니 알아보라. 지금이라도 갈 수 있으면 가라”고 통보했다. 이들 세 명만 다른 팀으로 이적해도 연간 인건비 부담은 20억원 이상 줄어들게 된다. 삼성이 허리띠를 조이면서 이적 시장은 꽁꽁 얼었다. 전북이나 포항 등 다른 구단도 지갑을 닫았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고액 연봉이 프로축구단 운영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선수를 팔아 운영비를 대야 하는 시·도 구단한테는 시장이 얼어붙어 고통스럽지만 전체적으로 고비용 저효율 구단의 운영을 슬림화하고 몸값 거품을 빼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방향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수원 축구단이 일방적으로 지출을 축소한 것은 아니다. 수원 축구단의 리호승 사무국장은 “전체 운영경비를 줄이는 것과 축구단 사업을 축소하는 것은 다르다. 인건비는 줄이지만 유소년 육성과 광고영업, 마케팅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총비용은 줄이지만 구단 자체의 매출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원은 2013년 유소년 육성 태스크포스팀을 설치해 매년 20억원 이상 투자를 해오고 있다. 비싸게 선수를 사오기보다는 유망주 투자로 선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시작되는 K리그에서는 큰 이벤트 경기가 아닌 한 4만3천 관중석의 2층을 막아 1만8천명 정도의 관중으로 경기의 열기를 높일 계획이다. 리호승 사무국장은 “공짜표나 저가표를 없애 좌석의 가치를 높이는 등 관중이 돈을 쓰도록 하는 방안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녀 농구단의 제일기획 이전도 큰 틀에선 1등을 향하는 성적 위주보다는 수익도 극대화해야 한다는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에 부임하면서 앞으로 삼성의 다른 스포츠 종목도 제일기획 스포츠단에 모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개별 종목마다 사정은 다르다. 삼성 야구단의 경우 축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보면 야구단에 대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의 지원 총액은 2012년까지 300억원 가까이에 이르다가 2013년 204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주력인 삼성전자의 지원금 규모는 2013년 75억원이었다. 2013년 야구단 총매출은 430억원이었는데, 지원금 204억원을 뺀 226억원을 야구단 자체 사업으로 벌어들였다. 입장료(75억원)를 비롯해 중계권 배분금(25억원 내외), 우승 배당금(40억원 내외), 각종 사업 수입과 이적료 등으로 번 것이다. 이 때문에 구단이 완전 흑자로 돌아서기는 힘들지라도, 자립할 수 있는 가능성은 훨씬 높아 축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에 있다. 제일기획 쪽은 프로배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 다른 종목의 제일기획 쪽 모기업 전환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김재열 사장 부임과 관계를 지을 필요도 없다”고 했다.

삼성의 스포츠단 운영 패러다임의 변화는 거대한 흐름이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그동안 수익 개념 없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운영했다면, 지금은 관리를 좀더 타이트하게 할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스포츠, 팬이 오는 스포츠를 통해 수익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이건희 회장이 아이오시 위원 출마를 즈음해 대폭 투자했던 럭비 등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해 철수를 준비하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삼성 럭비단의 모기업인 삼성중공업이 적자 누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럭비단을 흑자가 나는 다른 기업으로 돌릴 수 있다. 삼성이 비용 문제로 해체한다고 하면 누가 납득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재벌 기업의 스포츠단도 내부적으로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삼성처럼 선수단의 통합관리는 종목별 특징을 잃게 하거나 균일화의 단점이 있지만 종합적인 관점에서 구단을 운영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장점도 있다. 그동안 모기업의 절대적인 보호 속에서 야생성을 잃은 기업 구단들한테 좋은 시절은 가고 혹독한 시기가 온 것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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