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사브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왼쪽)과 팬 이규진씨가 14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만나 검을 맞대고 즐거워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2015 팬 별을 만나다] (6) ‘미녀 검객’ 펜싱 김지연
“아직도 두근두근하네요.”
여자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김지연의 팬 이규진씨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김지연 선수가 살짝만 웃어도 행복한 듯했다. “오랫동안 지켜봐왔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더 멋있어요.” 감탄이 끊이지 않는다.
김지연이 머릿속에 콱 박힌 계기는 2012 런던올림픽 때다. 당시 김지연은 8강전 3-8의 상황에서 15-12, 4강전 5-12의 열세에서 15-1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결승에서 한국 대표팀 사상 첫 여자 사브르 금메달을 안겼다. 그 장면을 필름의 한컷한컷처럼 기억하는 이씨는 “그 뒤로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펜싱에 꽂혔고, 어떤 일을 해도 포기하지 않는 습성이 생겼다고 한다. 왼손잡이 김지연은 “처음에 욕심을 내다가 점수를 내줬다. 그런데 욕심을 놓고 자유롭게 경기를 하니까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피스트에 서면 머릿속은 복잡
단순히 생각, 몸의 반응 믿어야 이규진씨 “런던 역전승에 감동”
김 “욕심 내려놓자 경기 잘풀려” 리우올림픽 단체전 우승 목표
사브르 개인 2연패는 다음 일 펜싱은 ‘찰나’의 경기이고 심리의 싸움이다. 짧은 순간 105㎝의 검이 번개처럼 파고 드는데, 생각은 백팔번뇌처럼 많다. 이유는 펜싱의 규칙 때문이다. 에페나 플뢰레는 칼끝으로 꾹 찔러야 득점을 하지만, 사브르는 칼끝을 포함해 칼날의 어느면이라도 상대 상체에 스치면 득점이다. 조금이라도 먼저 찌르면 유리한데 그렇다고 마구 공격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공격 동작으로 들어오는 첫 칼을 제쳐내면 수비쪽으로 공격권이 넘어온다. 순식간에 이뤄지는 공격·수비권 분할 때문에 헛동작을 취하거나 제2, 제3의 동작을 염두에 둔 ‘잔 머리’도 중요하다. 김지연은 “복잡한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가능한 단순하게 생각하고, 몸이 반응하는 대로 움직인다”고 했다. 이규진씨는 “사브르는 주저함이 없는 운동이다. 가만히 있으면 당한다. 주저할 여유도 없는 그 스릴에 반했다”고 했다. 펜싱 문외한이었던 이씨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규칙과 동작의 구성을 익혔다. 그는 “피스트(무대)에 오른 선수들이 심판의 준비(프렛) 지시에 ‘위’(예)라고 답한 뒤 ‘알레’(시작) 구령에 맞춰 공격권을 쥐려고 하는데, 누가 먼저 공격권을 갖는지 살피면서 보면 재미 있다”고 했다. 두 선수의 칼이 동시에 몸에 닿아 득점을 알리는 불이 모두 들어와도 공격권이 있는 선수에게만 점수를 준다. 김지연은 “사브르는 시간 제한도 없다. 무조건 15점을 따야 하는데 끝날 때까지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순식간에 역전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김지연의 장기는 한번에 막고 찌르는 기술(파라드 리포스트)과 스텝으로 가지 않고 점프하듯 찌르는 동작(플레쉬)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체의 탄력과 복근이 받쳐줘야 한다. 월, 화, 목, 금 새벽 같이 일어나 4㎞ 달리기를 하고, 오전·오후 두 차례의 웨이트 트레이닝은 기본이다. 45도의 경사진 판 위에서 윗몸일으키기를 3회 30번씩 할 때, 조금이라도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서 상체를 올리면 코치가 다시 시킨다. 상대의 칼에 수도 없이 맞아서 항상 통증과 멍을 달고 다니는 왼쪽 팔꿈치는 신경이 쓰인다. 이규진씨는 “대충 힘들다는 것은 알았는데 치료를 받고 나서도 부상 부위가 나을 새도 없이 또 상처를 입는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지연은 올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사브르 단체전 금, 개인전 은메달을 땄다. 당시 개인전 결승에서 후배한테 졌지만 지난해 말 대통령배에서는 설욕을 했다. 김지연은 “국내 선수들보다는 나를 잘 모르는 외국 선수를 상대하는 게 더 쉽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 금메달 이후에 부담을 많이 느꼈지만 지금은 극복을 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을 향해 뛰고 있다”고도 했다. 세계 순위 8위인 그는 “리우에서는 단체전 금메달이 제1 목표다. 사브르 개인전 2연패는 그 다음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규진씨가 엄지를 치켜 세우면서 한마디 거든다. “처음에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매 경기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김지연이 “고맙다”고 하자, 이규진씨는 “제가 고마워요. 피스트에 오르면 환하게 빛나는 모습만으로 행복하다”고 응답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단순히 생각, 몸의 반응 믿어야 이규진씨 “런던 역전승에 감동”
김 “욕심 내려놓자 경기 잘풀려” 리우올림픽 단체전 우승 목표
사브르 개인 2연패는 다음 일 펜싱은 ‘찰나’의 경기이고 심리의 싸움이다. 짧은 순간 105㎝의 검이 번개처럼 파고 드는데, 생각은 백팔번뇌처럼 많다. 이유는 펜싱의 규칙 때문이다. 에페나 플뢰레는 칼끝으로 꾹 찔러야 득점을 하지만, 사브르는 칼끝을 포함해 칼날의 어느면이라도 상대 상체에 스치면 득점이다. 조금이라도 먼저 찌르면 유리한데 그렇다고 마구 공격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공격 동작으로 들어오는 첫 칼을 제쳐내면 수비쪽으로 공격권이 넘어온다. 순식간에 이뤄지는 공격·수비권 분할 때문에 헛동작을 취하거나 제2, 제3의 동작을 염두에 둔 ‘잔 머리’도 중요하다. 김지연은 “복잡한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가능한 단순하게 생각하고, 몸이 반응하는 대로 움직인다”고 했다. 이규진씨는 “사브르는 주저함이 없는 운동이다. 가만히 있으면 당한다. 주저할 여유도 없는 그 스릴에 반했다”고 했다. 펜싱 문외한이었던 이씨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규칙과 동작의 구성을 익혔다. 그는 “피스트(무대)에 오른 선수들이 심판의 준비(프렛) 지시에 ‘위’(예)라고 답한 뒤 ‘알레’(시작) 구령에 맞춰 공격권을 쥐려고 하는데, 누가 먼저 공격권을 갖는지 살피면서 보면 재미 있다”고 했다. 두 선수의 칼이 동시에 몸에 닿아 득점을 알리는 불이 모두 들어와도 공격권이 있는 선수에게만 점수를 준다. 김지연은 “사브르는 시간 제한도 없다. 무조건 15점을 따야 하는데 끝날 때까지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순식간에 역전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김지연의 장기는 한번에 막고 찌르는 기술(파라드 리포스트)과 스텝으로 가지 않고 점프하듯 찌르는 동작(플레쉬)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체의 탄력과 복근이 받쳐줘야 한다. 월, 화, 목, 금 새벽 같이 일어나 4㎞ 달리기를 하고, 오전·오후 두 차례의 웨이트 트레이닝은 기본이다. 45도의 경사진 판 위에서 윗몸일으키기를 3회 30번씩 할 때, 조금이라도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서 상체를 올리면 코치가 다시 시킨다. 상대의 칼에 수도 없이 맞아서 항상 통증과 멍을 달고 다니는 왼쪽 팔꿈치는 신경이 쓰인다. 이규진씨는 “대충 힘들다는 것은 알았는데 치료를 받고 나서도 부상 부위가 나을 새도 없이 또 상처를 입는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지연은 올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사브르 단체전 금, 개인전 은메달을 땄다. 당시 개인전 결승에서 후배한테 졌지만 지난해 말 대통령배에서는 설욕을 했다. 김지연은 “국내 선수들보다는 나를 잘 모르는 외국 선수를 상대하는 게 더 쉽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 금메달 이후에 부담을 많이 느꼈지만 지금은 극복을 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을 향해 뛰고 있다”고도 했다. 세계 순위 8위인 그는 “리우에서는 단체전 금메달이 제1 목표다. 사브르 개인전 2연패는 그 다음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규진씨가 엄지를 치켜 세우면서 한마디 거든다. “처음에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매 경기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김지연이 “고맙다”고 하자, 이규진씨는 “제가 고마워요. 피스트에 오르면 환하게 빛나는 모습만으로 행복하다”고 응답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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