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쿠스 한의 분데스리가 리포트]
한국 축구 대표팀이 최근 독일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아시안컵 준우승 때문이다.
독일인이 기억하는 슈틸리케는 레알 마드리드와 독일 대표팀의 수비수나 미드필더의 모습이다. 40대 이상은 잘 알지만 이후 세대는 어떤 사람인지는 모른다. 차범근을 선수로 기억하는 세대가 있고, 그냥 차붐의 명성을 듣기만 한 세대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선전하면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방송중계는 되지 않았지만 <빌트> 등 신문에서는 작게나마 슈틸리케 감독의 소식을 전해주었고, 축구 전문 잡지는 자세하게 보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강한 마인드와 뚜렷한 축구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인물로 독일인들에게 인식된다. 1998~2000년 독일 대표팀 코치로서, 이후 2006년까지 각급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을 때는 소신 때문에 독일축구협회 윗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은 독일 축구가 유소년 강화 등 토대부터 변혁을 시도하던 시기였다.
개인적인 불행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06년부터 맡았던 코트디부아르를 이끌고 2008년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출전하려다 대회 1주일 전에 그만뒀다. 23살 아들인 미하엘이 심한 폐렴에 걸려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해오니까 갑작스레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미하엘은 얼마 더 살지 못했고, 큰 충격을 받은 슈틸리케 감독은 그 뒤 어떤 압박이나 스트레스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아들이 죽은 것보다 힘든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얘깃거리를 찾는 언론은 슈틸리케 감독의 옷차림도 들먹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도자 초년기 때는 체크무늬의 자켓을 입고 나타나는 등 패션 감각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언론의 놀림을 받은 적도 있다. 외양에 별로 신경쓰지 않던 과거의 슈틸리케 감독이 지금은 세련됐다고 비교하기도 한다. 독일 언론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 준우승을 했지만 옷차림의 진화처럼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2018년 계약이 끝나면 내 나이 64살이다. 더 이상 지도자 생활을 할 계획은 없다”는 슈틸리케 감독이 좋은 모습으로 은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쿠스 한 mhan20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