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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곡의 스케이터’ 이정수, ‘올림픽 스타’에서 담합 ‘몰락’ 그 후…

등록 2015-02-10 15:25수정 2015-02-10 17:05

쇼트트랙 이정수 선수가 태능 빙상장에서 팬을 만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쇼트트랙 이정수 선수가 태능 빙상장에서 팬을 만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15 팬 별을 만나다] ⑨ 쇼트트랙 국가대표 이정수
“그때는 정말… 하아, 사람이 힘들어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때는 정말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쇼트트랙 국가대표 이정수(26·고양시청)는 2010년 한국 체육계를 흔들었던 파벌과 짬자미 논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팬 백은희(28)씨도 이해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

이정수는 21살 어린 나이에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 2관왕에 오르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불과 한달 뒤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터진 파벌 논란과 짬짜미 사태로 이정수와 곽윤기(26) 사이의 담합과 갈등이 언론에 노출됐고 두 선수는 함께 3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게 된다. 올림픽 영웅에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잘못은 어른들이 저지르고 선수들만 희생양으로 삼느냐’는 여론에 못 이겨 징계는 6개월로 줄어들었지만 이정수의 고난은 6개월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이정수는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며 부침을 겪었고, 2014 소치올림픽 출전에 실패했다. 그렇게 이정수의 이름은 잊혀져 가는 듯했다.

이정수의 팬 백은희씨는 5년 동안 이정수의 영광과 고난을 지켜보며 한결같이 응원을 해왔다. 그리고 이번 시즌 오랜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이정수가 지난 12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3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다. 지난달 20일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이정수를 만난 백씨는 이정수의 몸 상태부터 물어봤다.

‘담합’ 보도 후 3년 자격 정지 중징계
밴쿠버 2관왕 ‘올림픽 영웅’서 나락으로
부진·부상에 소치 출전 실패 ‘고난’

ISU 3000m서 금메달 ‘부활 신호탄’
배경엔 한결 같은 팬들이 있었던 덕분
“안현수 보며 용기내고 있어”

이정수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포효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이정수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포효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백은희(이하 백) 몸 상태는 어때요?

이정수(이하 이) 4차 대회 전에 연습을 하다 좀 다쳐서 생각만큼 경기를 잘 못했어요. 지금은 아픈 데는 없어요. 그런데 왜 갑자기 저에요? (심)석희나 (신)다운이나 더 ‘핫한’ 아이들이 있잖아요.

이정수 선수도 핫하잖아요. 오랜만에 복귀해서 월드컵 금메달도 따고.

저는 아직 밸브도 안 열었어요.(웃음) 이제 시작이에요.

3000m 경기에서는 한바퀴를 따라잡았던데 전성기 때 체력인 것 같아요.

네. 그런데 이제는 체력 가지고 국제 무대에서 안 먹혀요. 제 스타일이 예전에는 앞에서 끌면서 체력으로 버티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외국 선수들이 쉽게 따라와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스타일을 갑자기 바꾸는 건 어렵고, 제 원래 스타일에 스피드와 운영 능력을 더 보완할 필요가 있어요.

올림픽에서 2관왕 한 직후에 파벌 논란과 짬짜미 사태로 징계를 받았잖아요. 어린 나이에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때는 진짜 힘들었어요. 그래도 선수로서 많이 배운 시간이기도 해요. 정신적으로도 좀 더 성숙해졌고요. 하지만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그렇게 어설프게 끝낼 수는 없잖아요.

이정수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선두로 질주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이정수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선두로 질주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그 후에도 부상이 이어지면서 슬럼프가 길어졌는데

그런데 그런 슬럼프를 겪으면서 배운 것도 많아요. 어렸을 때는 그냥 열심히 하면 됐으니까 그때도 그냥 어렸을 때처럼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가 운동을 쉬다 대표팀에 복귀했을 때 대표팀 에이스가 노진규였는데, 진규가 체력이 정말 좋아요. 대표팀 프로그램이 진규한테 맞춰져 있는데 갑자기 그 운동량을 따라가려고 하다 부상을 당한 거죠. 이젠 스스로 운동을 조절할 줄도 알고 관리할 줄도 알고, 많이 배웠죠.

곽윤기 선수와는 이제 완전히 화해한 건간요?

윤기랑은 진작에 다 풀었어요. 2012년에 대표팀에 같이 들어왔는데 처음엔 좀 서먹했어요. 그런데 같이 비디오 게임하면서 풀었어요. 이제는 윤기랑은 감정이 전혀 없어요. 좋은 친구에요.

그때 대표팀에 같이 안 들어갔으면 큰일 났겠네요.

그때 안 풀렸으면 그 다음해에 풀렸겠죠.(웃음)

성격이 쿨한 것 같아요.

선수들 심리 치료를 해주는 선생님이 계신데 저보고 멘탈갑이래요. 원래 성격이 오래 마음에 담아 두거나 하지 않아요. 소치올림픽 때는 방송해설을 했거든요. 그때 주변에서는 대회에 출전 못한다고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데 저는 그때는 그냥 재밌게 방송했어요. 아쉽거나 그런 느낌보다는 ‘내가 못 갔으니 너네들이라도 잘해줘라’ 이런 생각으로 응원하면서 재밌게 했어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려고도 했었는데 그땐 어땠나요?

사실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 떨어지고 뭐라도 해야될 것 같아서 스피드로 전향을 했어요. 그냥 멍하니 있으면 아쉬우니까. 그런데 정말 쉽지 않아요. 신체조건이 정말 중요한데 (이)승훈이 형이 정말 대단한 거에요. 승훈이 형은 체력도 좋고, 다른 것도 다 좋아요. 워낙 노력형이기도 하고.

스피드스케이팅 쪽에서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안 좋게 보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스피드스케이팅하는 선수들이랑도 친한데 미안한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차피 저는 도전자의 입장인 거고, 저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서로 노력을 더 하게 된다면 모두에게 좋은 거잖아요.

곽윤기 선수는 빅토르 안을 꺾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이정수 선수는 누구와 가장 겨뤄보고 싶어요?

저는 진규랑 가장 붙어보고 싶어요. 서로 제대로 붙어본 적이 없어요. 진규가 빨리 회복돼서 한번 제대로 겨뤄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윤기랑은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이 시합해서 이제 질렸고요. 그러고 보니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형이랑도 제대로 붙어본 적이 없네요. 올 시즌에 한번 붙어보겠네요.

안현수 선수랑은 여전히 친하게 지내시나요?

사실 연락을 자주 하지는 못하는데 가끔 시합 때 만나서 이야기하는 그 정도에요. 현수 형이 외국에 시합가면 국내 후배들을 많이 챙겨줘요. 마음 같아서는 시합 끝나고 그냥 한 일주일 현수 형이랑 놀고 싶죠. 외국 선수 중에는 대회 끝나고 하루 이틀 머물다 오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어요. 사실 그게 다 외국 선수와 교류도 하고 그런 건데.

2018년 평창올림픽이 되면 이정수 선수 나이가 소치올림픽 때 안현수 선수 나이네요.

솔직히 저는 현수 형 보고 많은 힘을 얻어요. 그런 논란과 일들을 겪고도 현수 형이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해서 좋은 결과를 냈잖아요. 현수 형도 올림픽 전까지 엄청 못 탔어요. 시합을 다 따라가지도 못했으니까. 그런데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소치에서 메달을 땄잖아요. 사실 저랑 현수 형이랑 모든 면에서 다르지만 비슷한 것도 있어요. 현수 형이 토리노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나이에 제가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땄고, 현수 형이 파벌 논란이랑 부상으로 힘들어한 나이에 저도 같은 일로 슬럼프 겪었고, 현수 형이 밴쿠버 선발전 탈락하고, 저도 소치 선발전 탈락하고. 이제 현수 형이 소치에서 금메달 땄으니까 저도 평창에서 금메달 따야죠. 지금은 그것만 바라보고 있어요.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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