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텐(카자흐스탄)이 14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자 피겨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4대륙선수권 남자 싱글 금메달
카자흐 대표…“한국은 제2 조국”
카자흐 대표…“한국은 제2 조국”
데니스 텐(22·카자흐스탄)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뒤 빙판 위에 드러누웠다. 자신의 ‘뿌리’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였다. 관중의 환호성을 들으며 자신이 무대의 주인공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텐은 14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91.85점을 받아 합계 289.46점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2009년 김연아가 밴쿠버에서 열린 4대륙 대회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우뚝 섰듯이 텐도 4대륙 대회를 통해 피겨 스타로 발돋움했다. 김연아가 그랬듯이 텐도 피겨 변방인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오직 자신의 재능과 노력만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텐은 잘 알려진 대로 독립운동가 민긍호(1865~1908)의 후손이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한국은 내게 외국이 아닌 제2의 조국”이라며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내 목표는 이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각오만큼 텐은 이날 생애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텐이 기록한 289.46점은 국제빙상경기연맹 공인 대회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고득점이다. 텐보다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해본 스케이터는 소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패트릭 챈(캐나다·295.27점)과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일본·293.25점) 둘뿐이다.
텐의 급성장 뒤에는 김연아가 있다. 텐은 지난해 소치올림픽 갈라쇼에서 김연아와 함께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고, 그 뒤 김연아와 같은 소속사에 몸담게 되면서 함께 아이스쇼를 하기도 했다. 텐은 “김연아와 만나고 아이스쇼에 출연하면서 관객과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15일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한국 피겨의 새 간판 박소연(18)이 110.28점을 받아 합계 163.75점으로 9위에 올라, 지난해 대회와 같은 순위에 머물렀다. 147.30점을 기록한 김해진(18)은 11위에 올랐다. 우승은 184.02점을 받은 폴리나 에드먼즈(미국)가 차지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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