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1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에스케이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프로농구연맹(KBL) 최초로 500승을 달성한 뒤 기뻐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아직도 선수로 5 대 5를 하는 꿈을 꾸곤 한다”며 유재학(52) 울산 모비스 감독은 약간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선수 시절 천재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날렸던 유재학 감독이 연세대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선수로 활약한 것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겨우 5년이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잘못된 치료로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 가드는 20대 창창한 나이에 은퇴를 해야 했다. 그러나 선수로서 못다 피운 천재성을 감독이 돼서 유감없이 발휘하며 한국 최고의 명장이 됐다. 만가지 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별명도 ‘만수’다.
유재학 감독이 마침내 국내 프로농구 사령탑 처음으로 500승 금자탑을 쌓았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는 1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정규리그 안방경기에서 라이벌 에스케이(SK)를 70-60으로 꺾고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이 승리로 유 감독은 정규시즌 개인 통산 500승384패를 기록했다. 다승 부문 2위는 전창진 케이티(kt) 감독(423승302패)이다. 사령탑 500승은 60년이 넘는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에서도 15명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유재학 감독은 “영광스러운 500승이다. 처음에 감독 생활을 시작할 때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나는 굉장히 운이 좋은 남자”라며 기뻐했다.
1998~1999 시즌 인천 대우증권(현 전자랜드) 사령탑에 오른 뒤 한 시즌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17시즌 동안 지휘봉을 잡고 있는 장수 감독이다. 2004~2005 시즌부터는 현재의 모비스로 둥지를 옮겨 11시즌 동안 모비스를 지휘하며 정규리그 4회 우승과 플레이오프 4회 우승의 업적을 쌓았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도 두번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확실한 지도력을 보여줬다.
유재학 감독은 상대팀에 대한 예리한 분석력과 다양한 작전, 그리고 선수들을 꿰뚫는 심리전 등으로 유명하지만 유재학 리더십의 바탕은 따뜻함이다. 유재학 감독과 함께 11시즌을 보낸 모비스의 주장 양동근은 “유재학 감독님은 아버지의 마음이 있는 분”이라며 “선수들이 못할 때보다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일 때 많이 속상해하신다”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