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핸드볼, 정의선 양궁 등
재벌총수 회장 영입 ‘대박’ 인식
재벌총수 회장 영입 ‘대박’ 인식
대한체육회 산하 56개 가맹단체는 정부의 프로젝트에 따라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머신 구실을 한다. 그런데 정부가 국고나 기금의 형태로 지원하는 예산은 전체의 26%에 불과하다. 2013년의 경우 56개 단체의 총예산이 2766억원인데, 이 가운데 74%인 2046억원은 각 단체의 회장 출연금이나 자체 사업 등으로 메워야 했다. 이 가운데 대한축구협회처럼 1000억 가까운 예산을 쓰면서 재정자립도 96%를 자랑하는 몇몇 종목을 빼놓고는 모두 외부의 지원에 손을 벌려야 하는 구조다.
4대 재벌, 10대 재벌 등의 총수를 스포츠단체의 회장으로 영입하면 대박이다. 핸드볼협회가 최태원 회장의 지원으로 시베리아 벌판에 있다가 따듯한 온실 환경으로 옮겨오는 등 처지가 바뀌었고,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대한양궁협회 연간 예산의 60%인 30억원을 출연한다. 10여년간 수백억원의 사재를 쓴 정몽원 한라 회장이 맡고 있는 아이스하키협회도 복받은 종목이다. 이밖에 신동빈 롯데 회장이 맡게 된 스키협회나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사장이 맡은 대한빙상경기연맹도 살림은 좋은 편이다. 그래서 스포츠단체들은 기업인 출신을 1순위 회장 후보로 생각한다. 정치인 수장이라도 용품 스폰서 계약으로 자체 수익기반을 갖춘 배드민턴협회의 경우에는 재정 자립도가 76%로 높다. 반면 대한하키협회의 경우 재정 자립도는 34%에 불과하다.
요즘은 스포츠단체장으로 기업인을 영입하기가 힘들다. 더욱이 정치인 협회장 시대도 저물고 있다. 정치인 회장은 0원에서 1000만원에 이르기까지 상대적으로 소액을 낸다. 하지만 후원 기업 연계, 종목 활성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환경 구축, 외풍 차단 등 다른 식으로 기여를 해왔다. 이마저도 사라지게 된다면 체육회 가맹단체는 자체 사업기반을 강화하는 등 자력갱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체육계 관계자는 “스포츠단체의 회장 영입 작업에 대한체육회 회장도 뛰어야 하고 정부도 도와야 한다. 협회도 회장의 출연금을 많이 바라지 말고 1억~2억원이라도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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