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가운데)이 26일 열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하칸 찰하노을루(오른쪽)를 축하해주고 있다. 레버쿠젠/EPA 연합뉴스
챔스리그 1차전서 수비 치중
레버쿠젠, AT마드리드에 1-0
레버쿠젠, AT마드리드에 1-0
경기가 끝나자 로거 슈미트 감독은 손흥민을 껴안았다. 격려와 위로의 뜻이 각별해 보였다.
독일 바이어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26일(한국시각) 안방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16강 1차전에서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뛰며 팀의 1-0 승리를 거들었다. 챔피언스리그 3골로 팀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였지만 손흥민은 이날 공격보다는 미드필더로 수비에 힘을 보탰다. 손흥민의 역할을 바꾼 전술은 결과적으로 팀 승리로 연결됐다. 그렇다고 공격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손흥민은 역공 때 줄기차게 전방으로 뛰어나가며 골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최전방 공격 작업은 줄곧 요시프 드르미치, 하칸 찰하노을루, 카림 벨라라비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그런 관성 때문인지 손흥민을 활용한 결정타는 나오지 않았다. 팀내 최고의 골잡이가 슈팅 한번 못하고 수비 부담을 잔뜩 짊어졌으니 속상할 법도 했다. 하지만 항상 골이 터지는 것도 아니고, 한번 쉬어간 다음에 더 큰 역할이 주어질 수도 있다.
슈미트 레버쿠젠 감독의 목표는 이기는 경기였다. 레버쿠젠은 2001~2002 시즌에 결승에 진출한 적이 있지만 그 뒤로는 챔피언스리그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분데스리가 5경기 중 1승에 그치면서 압박감을 느껴왔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팀인 난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4-2-3-1 원래의 전형을 유지하면서 손흥민한테 각별히 수비에 집중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골키퍼 베른트 레노는 전반 두차례의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모면했고, 개인플레이에 능한 벨라라비도 팀플레이를 하며 찰하노을루의 결승골을 도왔다. 후반 12분 역습 기회에서 골지역 측면으로 들어가던 찰하노을루에게 넘겨준 힐킥 패스는 그림같았다. 챔피언스리그 2골째를 기록한 찰하노을루는 “이 한 방에 온힘을 쏟아서 찼다. 원정 2차전이 어려울 테지만 오늘처럼만 하면 된다”고 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최근 6차례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 첫 실점을 했다.
두 팀은 3월17일(현지시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안방인 비센테 칼데론 경기장에서 16강 2차전을 벌인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은 “오늘 두 팀이 다 잘했다. 그러나 안방 2차전에서 이길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드필더 티아고 멘드스가 이날 퇴장당해 뛸 수가 없고, 수비수 디에고 고딘도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한다. 슈미트 레버쿠젠 감독은 “8강에 진출하는 것은 우리 팀의 꿈이다. 오늘 승리가 그 첫발”이라며 기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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