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4월, 프로야구가 열리던 서울 잠실구장이 콘서트장처럼 변한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두산-기아(KIA) 경기 도중 갑작스런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암흑으로 변한 경기장에 당시 관중들은 휴대전화 불빛을 켜고 응원가를 불렀다. 팬들의 깜짝 아이디어로 뜻밖의 장관을 연출했지만,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식었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에는 정전 사태가 없었지만, 이전에는 해마다 비슷한 일이 한 두건씩 발생했다.
잠실, 목동 등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 경기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를 사전에 막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5일 “잠실야구장과 목동야구장에 플라이휠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를 각각 2대, 1대 설치 완료했다”고 밝혔다. 플라이휠 무정전 전원공급장치는 순간 또는 장시간 정전 상황에 이중 전원을 확보해 전력 공급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주로 반도체 공장, 종합병원 등 핵심 시설에 설치돼 왔다. 대규모 경기장에 설치되는 것은 국내에서 잠실·목동야구장이 처음이다. 이번 사업에는 모두 15억원이 투입됐고, 지난 달 11일과 13일 시운전을 통해 안정성 점검도 마쳤다.
이구석 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 소장은 “잠실과 목동구장에 무정전시스템을 구축해 이번 시즌부터는 불시 정전으로 인한 경기 중단 및 안전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게 됐다. 야구팬들이 불편함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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