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의 김종규가 16일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골밑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어떤 상황이라도 한번의 기회는 꼭 온다. 그 순간은 흐름이나 리듬의 장악 여부에서 갈린다. 4강 진출 티켓이 걸린 빅 경기. 4쿼터 초반 19점까지 앞서던 엘지(LG)는 방심했고 대가는 혹독했다. 막판 역전의 순간에는 아찔했다. 하지만 기울던 운을 되돌려 세운 것은 막판 투혼이었고, 그 중심에는 김종규가 있었다.
창원 엘지가 16일 안방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5차전 고양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김종규의 막판 집중력과 김시래의 공격 조율로 83-80으로 이겨 3승2패로 4강 티켓을 챙겼다. 정규리그 4위 엘지는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8일부터 정규 1위 모비스와 플레이오프 4강전을 벌인다.
3쿼터까지만 해도 엘지의 쾌승이 예상됐다. 문태종(19득점)의 내외곽 득점포와 포인트가드 김시래(22점)의 3점슛과 현란한 공격 지휘, 김종규(21점)의 골밑 장악을 앞세워 3쿼터까지 71-54로 크게 앞서갔다. 4쿼터 초반 2점까지 추가해 점수는 19점 차로 벌어졌다. 누구라도 엘지의 승리를 의심할 수 없는 점수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오리온스의 추격이 시작됐다. 전정규의 자유투 2개와 리오 라이온스의 3점 플레이를 묶어 5점을 추가한 오리온스는 거침없었다. 엘지가 당황하면서 공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며 실책과 슛 실패 등을 쏟아내자 숨통을 콱 조여왔다. 4쿼터 8분께부터 5분께까지 오리온스는 상대에 한점도 내주지 않고 17점을 쓸어담았다. 73-71, 2점차까지 쫓긴 엘지는 넋놓고 있다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김종규가 자유투 2개를 얻어 모두 성공시키면서 4쿼터 시작 6분여 만에 다시 2점을 추가한 게 고작이었다. 심리적으로 흔들린 엘지의 이날 실책은 모두 15개로 오리온스(7개)보다 2배나 많았다. 체력마저 방전돼 종료 2분37초를 남기고는 역전까지 허용했다. 김진 엘지 감독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박빙의 싸움은 종료 57초를 남기고 80-80으로 이어졌다.
공격권은 오리온스한테 있었다. 하지만 기세로 보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오리온스의 운은 여기서 멈춘 듯했다. 달아날 기회를 잡지 못해 공격권을 넘긴 오리온스는 상대 문태종의 자유투로 종료 21초께 80-81로 뒤졌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마지막 작전타임을 불러 승부수를 던졌지만, 라이온스의 골밑슛은 야속하게 림을 튕겨 나왔다. 그공을 엘지의 김종규가 잡아챘고 전방으로 연결한 공은 골망을 통과해 엘지가 3점차로 달아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 오리온스의 공격도 김종규가 막아냈다.
김진 감독은 “단기전에서 국내 선수인 김시래와 김종규가 잘해주었다. 앞으로도 둘이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또 “4강 플레이오프 상대 모비스는 체력을 많이 비축했고 우리는 상대적으로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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