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의 캡틴 스티븐 제라드(35)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생애 마지막 더비를 명예롭지 못하게 마쳤다.
제라드는 23일(한국시각)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그러나 들어간 지 38초 만에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곧이어 상대 후안 마타의 두번째 쐐기골을 얻어맞은 리버풀은 다니엘 스터리지의 만회골에도 1-2로 졌다. 맨유는 4위(승점 59)로 뛰어올랐고, 리버풀은 5위(승점 54)가 됐다. 안방 관중 앞에서, 그것도 라이벌 맨유와의 경기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는 이적행위를 한 제라드는 면목이 없게 됐다.
제라드는 상대 안드레 에레라가 거친 태클을 시도하자 보복하듯이 에레라의 발목을 고의로 질끈 밟았다. 제라드는 경기 뒤 “판정이 옳았고 동료와 팬을 실망시켰다.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며 통크게 사과했다. 제라드는 “상대의 발바닥 스터드가 보이는 순간 (잘못된) 행동이 나왔다”고 했다. 맨유의 에라라도 위험한 태클로 경고를 받았다.
제라드는 올 시즌이 끝나면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의 로스앤젤레스 갤럭시로 떠난다. 하지만 리버풀의 영웅으로서 오랜 숙적 맨유와의 더비를 초라하게 마무리했다. 퇴장 징계로 앞으로 3경기 출장 정지되면 남은 리그 출전 기회도 줄어든다. 30경기를 치른 리버풀은 리그 8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맨유와의 리그 경기에서 두번 모두 패한 브랜든 로저스 감독은 “제라드가 사과했다. 그의 분별없는 행동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라드의 행동은 불편한 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텔레그래프>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불편했고, 전반 팀이 잘 싸우지 못한 것도 제라드를 자극했을 것”이라고 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제라드가 벤치 신세를 지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치열한 선두권 경쟁의 주요 고비에서 퇴장당한 것은 팀에게도 큰 상처를 입힌 게 분명하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제라드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이 될 것 같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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