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추가해 한국 선수 통산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타이기록을 세운 박태환이 시상식에서 웃으며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태환은 이날까지 아시안게임에서 총 19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연합뉴스
도핑위원회, 1년6개월 자격정지
인천아시안게임 메달 실격 처리
대한체육회 규정 바뀌어야
2016 리우올림픽 출전 가능
노민상 “명예회복 기회 줬으면…”
인천아시안게임 메달 실격 처리
대한체육회 규정 바뀌어야
2016 리우올림픽 출전 가능
노민상 “명예회복 기회 줬으면…”
정상의 스타에서 도핑 징계로 추락한 박태환(26)이 한국 스포츠에 오랜 명암을 남길 것 같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00m 금·200m 은, 2012년 런던 올림픽 400·200m 은메달로 아시아 수영을 한단계 끌어 올린 시대의 영웅은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과 같다”는 국내 수영인들의 찬탄을 받았다. 어떤 운동보다 힘든 수영이기에 팬들은 그의 노력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지난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은1, 동5개 등 6개의 메달을 목에 걸어 보는 이의 마음을 찡하게 했다.
하지만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상황은 변했다. 23일(현지시각) 국제수영연맹 도핑위원회는 박태환에게 도핑 책임을 물어 1년6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소변 시료 채취일은 지난해 9월3일부터 소급돼 징계는 내년 3월2일 끝난다. 8월에 열리는 2016 리우올림픽에 도전할 수는 있게 됐다. 박태환이 아시아 수영에서 차지하는 비중, 최고의 도핑전문 변호사를 동원한 적극적인 해명, 대한민국 검찰의 고의성 없음 확인 등이 도핑청문회 위원들에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2019 광주 세계수영대회 유치 등 세계연맹과의 밀접한 관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도핑에 걸려도 변호사 살 돈이 없거나 협회의 소극성으로 중징계를 받는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확실히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국민 스타에서 도핑 선수로 추락한 박태환이 원래의 순수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을 발굴해 키운 노민상 감독은 “처벌은 국제수영연맹 징계로 끝났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선수에게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면 명예회복의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한수영연맹 정부광 부회장도 “박태환이 불굴의 의지로 재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스타임에도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한 후폭풍은 크다. 국제 수상 기록의 인천아시안게임 메달 항목은 모두 실격으로 처리됐다. 도핑 선수는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5조6항)도 난제다. 물론 2011년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으로 6개월 이상 징계를 받은 선수를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이중처벌이어서 잘못이라고 판단한 적은 있다.
그러나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배영 국가대표 김지현은 의사가 처방해준 감기약을 복용했다가 도핑테스트에서 클렌부테롤 성분이 검출돼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자격정지 2년의 징계를 받았다. 의사가 직접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의 과실을 인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더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 김지현은 이달 입대했다. 대한체육회 쪽은 규정 개정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국가대표 파견 심의를 맡는 경기력향상위원회가 4월중 구성되면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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