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 동부, 챔프전 2연패
골밑장악력 회복이 승부 관건
골밑장악력 회복이 승부 관건
자존심 회복이냐, 무한 추락이냐.
2일 안방 원주에서 챔피언결정 3차전을 맞는 동부가 벼랑 끝 승부를 펼친다. 챔피언전 1·2차전 패배로 팀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다. 농구 전문가들은 “이러다가 모비스의 4연승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사령탑 데뷔 첫해 정상을 다투게 된 김영만 감독도 속이 바짝 탄다. 김 감독은 2차전 패배 뒤 “홈팬들도 있고 하니 잘 정비해서 안방에선 해보겠다. 김주성과 면담도 해서 파이팅을 끌어내겠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동부가 노쇠했지만 주전 5명의 일대일 비교에서 모비스에 크게 밀리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사이먼은 모비스의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대적 가능하다.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동부의 앤서니 리처드슨도 모비스의 아이라 클라크에 못 미치는 건 아니다. 동부의 김주성과 윤호영도 모비스의 문태영, 함지훈과 대등한 선수다. 포인트가드에서는 동부의 박지현보다 모비스의 양동근이 우세다.
동부의 약점은 반발짝 부족에서 드러나고 있다. 반발짝 더 나가 붙어야 하는데 나가지 못하고, 그렇다고 옆의 선수가 대신 나가 도와주지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효율이 떨어지고 체력난은 가중된다. 거꾸로 모비스는 이게 잘되니 힘도 절약하고 끈끈해진다. 김동광 해설위원은 “동부가 높다고 하지만 골밑 싸움을 피하고, 튄공을 잡아내지도 못하고 있다. 악착같이 자리도 잡고, 상대를 몸으로 밀어내는 원래 스타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민감해진 김주성은 팀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좀더 신중해야 한다. 윤호영은 밖에서 던지기보다는 안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둘이 골밑에서 확률 높은 경기를 펼칠 때 동부의 색깔이 살아난다. 여기에 두경민, 박병우, 안재욱, 허웅 등 백업 선수들이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이들이 4~5점이라도 나눠가면서 짐을 덜면 가능성이 있다.
동부는 몰리면서 위축됐다. 8~10점을 뒤지고서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모비스와 달리 동부는 8~10점을 뒤지면 위태로워진다. 사령탑은 그런 국면에 들어가기 전에 끊어줘야 한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내심 챔피언전 싹쓸이 승리까지 노리고 있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벼랑 끝에 섰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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