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코트의 제갈공명’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고개를 숙였다.
신치용 감독은 V리그 7연패 등 삼성화재를 그동안 쭉 정상에 올려왔다. 프로 이전인 1997~2004년 8연패를 포함하면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배구는 ‘삼성화재 천하’였다. 우승을 독차지하면서 신인 드래프트에서 늘 뒷순위로 밀려 좋은 선수를 데려올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선수들을 조련하며 정상에 우뚝 섰다. 외국인 선수는 삼성화재에 오면 토착화돼 괴력을 뽐냈다. 조직력은 삼성화재의 최대 강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챔프전에서 황동일·김명진·곽동혁·류윤식·고준용 등 큰 경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흔들렸다.
레오 한 명에게 의존하는 배구도 약점이 됐다. 공격력을 최대치로 활용할 수 있지만 단순화되기 쉽다. 반대로 김세진 감독은 외국인 선수 시몬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았다. 송명근·김규민 등 토종 선수들한테 고르게 공격 기회를 배분하면서 힘도 절약하고 끈끈함을 유지했다. 김세진 감독은 레오로 단순화된 삼성화재의 공격로를 막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대비했다. 이런 차이가 천하의 신 감독의 허를 찔렀다. 김세진 감독은 “삼성화재는 저력의 팀이어서 우리가 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오늘 경기에서 3세트를 내주는 고비를 맞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잘 넘었다. 우승을 했어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자한테 3연패로 완패한 신 감독은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