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해킷.
옛 스승 “뼈 깎는 각오로 훈련을”
“태환이한테는 정말 좋은 소식이다.”
그랜트 해킷(35)이 6년 만에 호주 수영대표팀에 복귀했다는 소식을 들은 노민상 전 수영대표팀 감독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는 “서양 선수들의 정신력은 우리와 다른 면이 있다. 우리는 나이가 좀 들면 일반적으로 안 된다고 몰아가지만 서양은 그렇지 않다. 도전 정신의 승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곤경에 처한 태환이도 뼈를 깎는 각오로 열심히 훈련을 한다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킷은 5일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 수영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4위(1분46초84)를 차지해 7~8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 세계대회에 호주대표팀 계영선수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개별 종목 2위 안에 들어야 세계대회 출전권이 주어지지만, 자유형 200m의 경우 6위 안에 들면 단체전인 계영에 나갈 수 있다. 해킷은 외신 인터뷰에서 “10년 전이라면 계영에만 출전하게 된 것이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쉰 뒤 짧게 준비해 이룬 지금의 성과는 내 인생의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말했다. 해킷은 2000·2004 올림픽 남자 자유형 1500m 2연패를 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1500m에서는 간발의 차로 은메달을 딴 뒤 은퇴했다.
물을 떠난 그의 삶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2011년 술에 취해 아파트에서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아내 캔디스 앨리와 헤어졌고 불면증 치료제인 스틸녹스를 복용해온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욕조에 들어가기조차 두려워할 만큼 수영이 싫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6개월 전부터 전담 지도자인 데니스 코터렐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도전에 나섰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해킷이 이날 힘을 완전히 쓰지 못했고, 회전이나 스트로크 실수가 있었던 점을 들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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