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56) 18살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가 새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과학과 축구에 관한 세계회의’(5월20~24일)에서 연구 논문을 발표한다. 올해 8회째를 맞는 이 회의는 4년마다 열리는 축구과학에 관한 권위 있는 학술대회로, 학계가 아닌 현장 지도자로서 발표하는 것은 그가 국내 처음이다. 2005년부터 국내 유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골키퍼 강사로서 축적해온 골키퍼 연구 성과가 국외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박 코치의 논문 제목은 ‘골키퍼와 수비수의 협력수비 효율성’으로 2012 유럽축구대회(유로 2012) 전 경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결론은 “수비수가 공을 빼앗으려고 하기보다는 골키퍼와의 각도를 생각해 위치만 잘 잡아주어도 골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 골키퍼의 실점은 20㎝ 거리에서 운명이 갈린다. 손끝에 걸리느냐, 벗어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박 코치는 “수비수의 협력적인 위치 선정으로 20㎝만 옮겨 서 있으면 위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골문 앞 프리킥 상황에서도 수비수와 골키퍼의 위치 선정은 중요하다. 만약 수비벽 위로 공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골키퍼는 자세를 너무 낮추어서는 안 된다. 한쪽으로 몸을 날릴 때 중심이 낮아져 있으면 높은 구석으로 가는 공을 막기 힘들다. 박 코치는 “선수 평가를 감으로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자료나 통계로 하고 싶어서 연구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지난 3월 세계회의 심사단의 평가를 통과했다. 이번 연구 작업을 통계 처리하고 방법론을 도운 공저자인 최형준 단국대 교수는 “지금까지 축구 논문은 공격수나 결정력에 초점을 맞춘 게 많았고, 골키퍼 논문은 주로 페널티킥 방어 등에 국한된 것이었다. 수비와 골키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결정력보다는 잘 막으면 이길 수 있다는 역발상식 접근이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자비로 학회에 참가한다.
논문은 세계회의 학회지에도 실릴 예정이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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