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쉬신(왼쪽)과 한국의 양하은이 1일 중국 쑤저우 인터내셔널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2015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결승에서 일본 짝을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대한탁구협회 제공
한-중 합작 금메달은 사상 처음
시상대 맨 위에 양하은(21·대한한공)과 중국 쉬신(25)이 나란히 섰다. 이어 태극기와 중국의 오성홍기가 동시에 올라가면서, 두나라 국가가 차례로 울려퍼졌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사상 첫 한-중 합작 금메달. 경기장을 가득 메운 중국 관중들은 쉬신을 연호하며 환호했고, 한국 탁구로서는 1993년 현정화(여자단식) 이후 22년 만에 나온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이기에 선수단도 기쁨을 만끽했다.
1일 밤 중국 쑤저우의 인터내셔널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2015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결승. 한국 여자와 중국 남자 간판스타인 양하은과 쉬신이 일본의 요시무라 마하루-이시카와 가스미 짝을 4-0(11:7/11:8/11:4/11:6)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29년 부다페스트(헝가리)에서 열린 제3회 세계대회부터 처음 채택된 혼합복식에서 국적이 다른 선수끼리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올해부터 다른 국적의 선수들이 복식조를 구성해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세계대회 비대화를 막고, 중국의 독주로 떨어지는 탁구인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에서다. 한국과 중국 탁구협회는 세계랭킹 21위로 오른손잡이인 양하은과 세계 2위로 왼손잡이인 쉬신의 호흡이 맞는다는 판단에 따라 둘이 혼합복식조를 이뤄 이번 세계대회 출전시켰고, 뜻을 이뤘다. 탁구협회 관계자들은 “조양호 회장이 중국의 차이전화 회장을 설득시킨 덕분이다. 이번 대회에 앞서 한국과 중국 2진 선수단이 제주도에서 11박12일로 합동훈련을 가지기도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양하은과 쉬신은 대회 직전부터 현지에서 사흘 남짓 호흡을 맞췄으나 찰떡 궁합으로 금을 합작해냈다. 이날 둘의 벤치는 한국에선 안재형 남자팀 코치, 중국은 류궈량 남자팀 감독이 지켰다. 양하은과 쉬신은 서로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서브 넣을 때 손 사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양하은은 안정된 플레이로 버팀목이 됐고, 쉬신은 강력하게 휘어 들어가는 특유의 왼손 포핸드 드라이브로 상대를 유린하며 완승을 이끌어냈다.
한국 탁구는 세계선수대회 혼합복식에서 1977년 버밍엄(영국)대회 때 이상국-이기원 짝이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냈고, 1987년 뉴델리(인도)대회 때는 안재형-양영자 짝이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1989년 도르트문트(독일) 대회에서는 유남규-현정화 짝이 처음으로 금메달 쾌거를 이뤘다.
쑤저우/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사진 대한탁구협회 제공
시상대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양하은과 쉬신. 대한탁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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