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성화가 2일 광주 무등산 장불재에서 칠선녀에 의해 채화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광주유니버시아드 D-30
메달이냐, 유산이냐? 개막을 딱 30일 앞둔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7.3~14)가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하고 있다. 통상 올림픽 직전 해에 열리는 대학생 대회에는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한국도 손연재(리듬체조), 이용대(배드민턴), 왕기춘(유도), 기보배(양궁), 양학선(체조) 등 21개 전 종목에 정상급 선수를 내보낸다. 역대 최대인 525명(선수 387명·임원 138명)이 출전해 금메달 25개 이상을 따내 3위에 입상한다는 목표다. 유도와 태권도 등 격투기 종목과 양궁 등 전통적인 강세 종목에서 메달이 예상된다.
‘재정낭비’ 인천·평창과 달리
비용 극소화·사후활용 극대화
69개 경기장 중 딱 3개만 신설
시설비는 인천의 5분의1 수준 협상 통해 마케팅권리 100% 확보
글로벌 상품화 권리도 가져와
‘어젠다 2020’ 실천 첫 대회될듯
하지만 국제 스포츠 행사의 방향은 지속 가능성으로 바뀌었다. 개최 비용의 극소화, 사후 활용의 극대화, 환경·경제 대회가 열쇳말이 됐다. 광주유니버시아드는 지난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발표한 ‘어젠다 2020’을 실천하는 첫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만2000명의 선수들이 경연할 69개 경기·훈련장 시설 가운데 새로 지은 것은 광주여대 다목적체육관(804억원), 남부대 국제수영장(662억원), 광주국제양궁장(237억원) 등 세 곳이다. 나머지 시설은 개량하거나 보수해 지출을 대폭 줄였다. 21개 종목 경기장 시설비 총계는 3338억원으로 36개 종목을 치렀던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건립·보수비 총액 1조7000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대회 진행과 인력·물자 수송, 선수촌 관리 등 운영비(2834억원)까지 대회 총비용은 6172억원이다. 국고지원(30%)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지방자치단체인 광주시가 부담해 재정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개·폐회식장을 짓기 위해 800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환경 파괴 논란과 사후 활용 방안 부실로 질타를 받는 평창과 비교할 때 경제성이 높다. 국제수영장의 경우 2019년 세계대회를 위한 필수 시설이어서, 사실상 큰돈은 다목적체육관에 들어갔다. 그런데 다목적체육관은 사계절 실내스포츠 무대로 활용된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절감 우수 사례로 광주유니버시아드를 선정하기도 했다. 김윤석 사무총장은 “150만 인구한테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적정한 규모’로 시설을 설계했다. 4년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남긴 자동차경주 F1 사업으로 전남도가 큰 손실을 본 것도 타산지석이 됐다”고 말했다.
1959년 토리노대회를 시작으로 유니버시아드를 주관해온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으로부터 마케팅 권리를 100% 위임받은 것도 눈에 띈다. 통상 국제연맹은 개최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글로벌 상품화 권리를 갖지만 조직위가 협상을 통해 가져왔다. 광주유니버시아드를 후원하는 에스케이(SK) 등 국내의 대기업은 엠블럼 ‘빛의 날개’나 마스코트 ‘누리비’ 등을 세계 시장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국제대학스포츠연맹과 20차례 이상 협상한 결과다. 김윤석 사무총장은 “국제 스포츠 외교에서도 협상과 설득이 통한다. 앞으로 국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할 때 참고할 사례”라고 했다. 대회 시상식에서 꽃다발을 선물하는 대신 마스코트 누리비를 줘 비용을 줄이고, 받는 이들한테는 추억의 선물이 될 수 있도록 한 것도 실용적인 접근 방식의 한 예다.
1997년 무주에서 겨울유니버시아드가 열렸지만, 전문가들은 호남 지역에서 열리는 최초의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로 광주유니버시아드를 꼽는다. 조직위도 국내외적으로 광주를 알리는 데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대학 스포츠 행사 최초 발상지인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채화된 성화가 차기 대회 개최지인 대만을 거쳐 5월24일 들어왔고, 무등산 장불재에서 채화되는 국내 성화와 합화돼 4일부터 국내 봉송에 들어간다. 성화는 17개 시·도에서 3150여명의 주자에 의해 운반되면서 전국적으로 열기를 띄우게 된다. 김윤석 사무총장은 “세계적인 선수들한테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준비하는 무대가 될 것이고, 광주 시민한테는 사후의 유산으로 유니버시아드를 기억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비용 극소화·사후활용 극대화
69개 경기장 중 딱 3개만 신설
시설비는 인천의 5분의1 수준 협상 통해 마케팅권리 100% 확보
글로벌 상품화 권리도 가져와
‘어젠다 2020’ 실천 첫 대회될듯
광주U대회 주경기장
광주여대 다목적체육관
남부대 국제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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