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스 암스트롱(42·미국)
약물로 몰락한 한 때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미국)이 스스로 소설·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악의 상징 ‘볼드모트’가 된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1990∼2000년대에 사이클계에서 자신만 약물을 한 것이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을 모두가 애써 침묵하며 감추려고 한다는 항변이다.
11일(한국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암스트롱은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에 있는자택에서 몇 명의 기자들과 만나 “해리포터에서 금기어로 여겨지는 인물이 누구죠? 볼드모트였던가요? 모두가 그의 존재를 부정하려고 하죠”라며 말을 꺼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볼드모트에 빗대어 “TV나 글에서는 ‘그’에 대해 언급할 수 없는 것처럼 나오지만, 영원히 그럴 수는 없다”며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역사책을 보면 1990년대, 2000년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는데도 당시 대회 기록지를 보면 우승자만 없고 2등, 3등, 4등, 5등은 있다”며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10년 후에는 사람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스트롱은 고환 암을 극복하고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회 연속으로 세계 최고권위의 도로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2012년 약물 사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수상 기록을 박탈당하고 미국반도핑기구(USADA)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는 등 추락했다.
암스트롱은 당시 자신뿐 아니라 대부분이 약물을 사용했음에도 자신만 처분을 받은 것은 억울하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사이클 약물의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 잡은 그는 논란 속에서 다음 달 ‘투르 드 프랑스’가 열리는 프랑스를 찾을 예정이다.
그는 전 잉글랜드 축구선수 제프 토머스와 함께 투르 드 프랑스의 경주 구간을 돌며 암 투병 환자를 돕는 자선 사이클 경주를 펼칠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은 브라이언 쿡슨 국제사이클연맹(UCI) 회장 등 사이클계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암스트롱은 “나는 프랑스가 좋다. 그곳은 다른 여느 장소와 다를 바가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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