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키스탄 태권도 국가대표인 할리모바 모흐루(오른쪽)가 전정휘(왼쪽) 타지키스탄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과 함께 있다.
광주U대회 타지키스탄 대표 모흐루
전정휘 현지감독이 2009년 발굴
한국 유학 와 아시안게임 동메달
193㎝ 키에 발차기 기술 뛰어나
몸아픈 엄마·아빠 얘기에 눈시울
“메달 따면 꼭 고향에 갈거예요”
전정휘 현지감독이 2009년 발굴
한국 유학 와 아시안게임 동메달
193㎝ 키에 발차기 기술 뛰어나
몸아픈 엄마·아빠 얘기에 눈시울
“메달 따면 꼭 고향에 갈거예요”
1m93의 훤칠한 키에서 나온 앞돌려차기 시범에 바람 소리가 난다. 순간적으로 뻗은 긴 발은 위협적이다. 이 발로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73㎏급 동메달을 딴 타지키스탄 국가대표 할리모바 모흐루(20). 타지키스탄 여자 태권도 최초의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이지만 고향에 있는 엄마 얘기가 나오자, 한국말로 “엄마 보고 싶어요. 매일 울어요”라며 웃는다.
모흐루는 중학교 3학년 때인 2009년 한국인 사범 전정휘 타지키스탄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에 의해 발탁됐다. 지난해 8월 천안 나사렛대학에 편입해 한국에서 태권도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9월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을 따냈다. 이번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5명으로 구성된 타지키스탄 팀의 유일한 입상 후보다. 학과 수업도 열심히 들어 한국말을 잘한다. 11일 출전 예정인 이번 대회의 목표를 묻자, “당연히 메달 따는 것”이라고 말했다.
77㎏의 체중인 모흐루는 여자 태권도의 무제한급인 73㎏ 이상에 출전한다. 전 감독은 “요즘 태권도에서는 키가 큰 선수들이 많이 등장한다. 다리가 길기 때문에 발차기 기술 등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물론 모흐루의 도전은 꽤 험난하다.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아시안게임과 달리 강자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지난 5월 러시아 세계태권도대회 우승자인 영국 선수나 인천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인 이란 선수, 한국 선수 등 무제한급에 출전하는 상대가 강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체급의 정상권에 있는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미세하다. 모흐루한테도 기회가 올 수 있는 것이다.
모흐루의 최대 약점은 경험 부족. 타지키스탄에 있을 때는 국제대회에 거의 나가보지 못했다. 경기 중 너무 긴장을 많이 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타지키스탄태권도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는 전 감독은 “맞서 싸울 때 다리가 풀리지만 않으면 훨씬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 와 훈련하면서 연간 6~7회 큰 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약점은 많이 보완됐다. 더욱이 정신력만큼은 다른 선수를 압도한다. 항상 타지키스탄의 병상에 있는 엄마를 생각하면서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모흐루의 엄마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병원비가 없어 입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 또한 몸이 좋지 않아 마땅한 수입이 없다. 타지키스탄 정부는 유니버시아드대회 입상자에게는 일절 격려금을 주지 않지만, 세계대회나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서 메달을 따면 대우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메달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
무슬림인 모흐루의 성격은 밝다. “너무 많이 운다”고 말할 때도 활짝 웃는다. 태권도 훈련이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힘들지만 참아야 한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운동할 수는 없다. 내 목표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도 경기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조선대 해오름관의 체육관에서 겨루기로 훈련에 전념했다. 1991년부터 24년간 타지키스탄에서 태권도 제자를 양성해온 전 감독은 “카카오톡이나 온라인 전화로 타지키스탄에 있는 엄마와 매일 통화하면서 우는 아이다. 유니버시아드대회가 끝나면 어떻게 해서든지 모흐루가 타지키스탄의 엄마를 방문할 수 있도록 후원을 받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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