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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못땄다고 인생 실패한게 아니란다” 유도 영웅의 코치…‘효과’ 본 학생들

등록 2015-08-16 18:39

14일 전남 순천 신흥중학교 체육관에서 전기영 용인대 교수와 순천 신흥초, 신흥중, 순천공고 유도부 학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순천공고 유도 학부모회 제공
14일 전남 순천 신흥중학교 체육관에서 전기영 용인대 교수와 순천 신흥초, 신흥중, 순천공고 유도부 학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순천공고 유도 학부모회 제공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전기영 교수
학부모 요청에 순천서 재능기부
“공부 병행…지도자 등 다른길 있어”
2시간여 진로상담에 기술 지도도
“유도를 한다고 해서 모두 국가대표가 돼야 하고, 금메달을 못 땄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14일 오후 전남 순천 신흥중학교 유도장.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전기영(42) 용인대 교수의 말에 지역 초·중·고 유도 선수 20여명은 귀를 쫑긋했다. 순천의 유도는 신흥초-신흥중-순천공고로 진학하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국가대표가 되는 길이 너무 어렵고, 자칫 운동만 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처해질까봐 두려워한다. 국내 투기종목의 모든 운동선수들이 갖는 고민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 교수는 “유도를 하더라도 대학에서 복수전공이라는 것도 있고, 경찰공무원이나 지도자 등 다른 길도 있다. 대표선수가 아니면 끝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도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학생들은 기술 지도뿐 아니라 진로와 인생 상담 등을 유도계 대선배로부터 듣자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고 한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세계선수권에서 3연패와 함께 2체급을 석권한 전기영 교수는 유도부 학생 선수들한테는 영웅이다. 전 교수는 이날 오전에는 10시부터 2시간 동안 아이들과 몸을 부닥치며 실전훈련을 했다. 그러면서 운동에 대한 자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기영 교수는 “운동을 취미로 해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쉽지 않다. 좋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올인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출신인 전기영 교수와 순천지역 유도부 학생들의 만남은 한통의 이메일에서 시작됐다. 순천공고 유도부 학부모회가 재능기부 차원에서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학부모회 총무를 맡고 있는 강경우씨는 “순천공고 유도부가 침체기를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민하는 아이들이 전기영 교수를 통해 또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유도에만 집중했으면 하는 마음에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만수 전 프로야구 에스케이(SK) 감독의 야구 재능기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용기를 냈다고 한다. 전기영 교수는 7월 광주유니버시아드 때 순천공고 학부모를 만나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하루 강습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전 교수는 광주시유도회와 중고유도연맹 등 차원에서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지만 특정학교를 대상으로 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효과는 컸다. 강경우 총무는 “유도 선수 1000명 중에 1~2%만 성공하는 현실에서 예의나 인격을 가르치고,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안내해줘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놀지도 못하고 운동만 하는 아이들한테는 큰 추억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전기영 교수는 “유도부 존폐 위기까지 몰린 학교 사정이 딱해서 차마 뿌리치기 힘들었다. 순천공고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전지훈련을 오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그쪽 사정이 여의치 않은 듯했다. 순천의 유도부 학생들에게 내 강연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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