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축구연맹 차기 회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7일(현지시각) 오전 10시 프랑스 파리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내년 2월26일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회장은 ‘피파, 새로운 시대를 위하여’라는 출마 선언문에서 “피파의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조직을 개혁할 수 있어야 한다. 팽창하고 있는 피파의 부패 문제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상식과 투명성, 책임성을 되살릴 리더가 필요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 회장은 “유럽이 건전하고 분별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피파가 오늘날 이런 혼란에 빠져 있을까요?”라며 유럽의 책임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정 회장은 제프 블라터 피파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관계를 ‘아버지와 아들’에 비유하면서 플라티니 출마 철회를 촉구했다. 당선되면 4년 임기 한번만 채우겠다고 말한 정 회장은 회장과 집행위원회, 사법기구의 견제와 균형 강화 등 8개의 공약도 내걸었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플라티니 회장에 이어 정 회장이 가세하면서 세계 축구계의 대통령 자리를 둘러싼 각축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후보 등록 마감이 10월26일이어서 앞으로 경쟁 후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5월말 피파 총회 때 블라터 현 회장과 1차 투표 맞대결에서 73표를 얻은 알리 빈 후세인 요르단 왕자도 유력한 출마 후보자로 꼽힌다. 당시 블라터 회장은 전체 206표 가운데 133표를 얻었다.
선거 구도는 플라티니 회장이 앞서가는 것으로 보인다. 플라티니 회장은 유럽축구연맹의 수장이고, 피파의 부회장이기도 하다.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득표전에서 현직 프리미엄은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만 플라티니 회장은 2010년 열린 2018·2022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움직여 비판 대상이 됐다. 알리 왕자도 등록을 할 경우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5월 선거에서 73표를 끌어와 위력을 과시했다. 아랍 지역의 결속력이 강하고, 오일머니를 통한 세계 축구 영향력도 커지고 있어 출마할 경우 강풍이 될 수 있다.
정몽준 후보는 2011년 피파 부회장 선거에서 탈락하면서 현직 타이틀이 없다.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는 현직을 떠나면 바로 잊힌다. 다만 부패로 얼룩진 피파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커진 만큼 상대적으로 클린 이미지가 장점이 될 수 있다. 정 후보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피파 부회장을 맡아 ‘반블라터’ 진영에서 활동해온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