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리 몽크(37) 스완지시티 감독이 또 일을 냈다.
몽크 감독의 스완지시티는 30일 밤 12시(한국 시각) 영국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스완지시티는 2승2무(4위)로 시즌 개막 뒤 무패 행진을 이어갔고, 맨유는 2승1무1패로 첫 패배를 당했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의 명성과 초호화 멤버로 구성된 맨유를 상대로 거둔 승리여서 더 짜릿했다. <가디언>은 “몽크 감독의 영리함이 판 할 감독을 넘어섰다”고 썼다.
시작부터 스완지시티는 밀렸다. 웨인 루니, 후안 마타, 멤피스 데파이 등을 앞세운 맨유의 공세가 날카로웠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중원 공 배급도 예리해 스완지시티는 초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결국 후반 3분 만에 맨유에 골을 허용했다.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중앙의 루니가 터치하지 않고 빠뜨리자 달려들던 마타가 수비수보다 먼저 차 골망을 흔들었다. 초반 상승 분위기의 정점이어서 판은 맨유 쪽으로 기운 듯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몽크의 마술이 시작됐다. 몽크 감독은 4(수비)-2(미드필더)-3(공격형 미드필더)-1(공격수)의 전형을 4-3-1-2 형태로 바꾸었다. 가운데 미드필더 4명을 다이아몬드식으로 배치해 중앙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이 전술은 후반 11분 기성용을 투입하면서 최적화했다. 효과는 금세 나타나 4분 만에 안드레 아예우의 동점골이 터졌다. 상대에게 측면을 내주었지만 중앙을 장악했고, 상대가 미처 수비로 빠져들어가지 못하는 사이에 공간을 파고 들었다. 아예우의 동점골은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그대로 머리로 받아 넣은 것이었다. 스완지는 후반 20분에 아예우가 넣어준 단 한번의 킬패스를 바페팀비 고미스가 절묘하게 처리해 역전을 일궈냈다. <가디언>은 “몽크 감독의 전술 변화로 맨유 선수들이 혼란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8000만파운드를 써가며 선수단을 보강했던 루이스 판 할 감독도 경기 뒤 “상대의 전술 변화에 우리가 당했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몽크 감독은 지난해 2월 선수에서 감독대행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신출내기다. 하지만 2013~2014 시즌 강등 위기의 팀을 구해냈고, 2014~2015 시즌에는 팀을 8위로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 강호 맨유와 아스널을 상대로 홈앤어웨이 경기에서 모두 이기기도 했다. 영국의 축구전문가들은 몽크 감독이 향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라고 평가하고 있다.
20개 프리미어리그 팀 감독 가운데 두번째로 어린 몽크 감독은 수비수 출신으로 선수 시절 명성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스완지시티의 선수로 뛰면서 지도자 공부를 해왔다. <뉴욕타임스>는 “26살 때 심한 무릎 부상을 당한 뒤 감독이 어떻게 선수들에게 말하는지, 어떻게 팀을 운영하는지 연구했다. 내가 본 것은 다 적었다”는 몽크의 말을 전했다. 일찍이 자기 나름의 지도 철학을 연구해온 것이다. 몽크 감독은 감독대행으로 승격한 뒤에도 선수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부를 것을 주문했고, 정장을 입지 않고 코치석에 앉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장도 입고, 선수들에 대한 장악력도 확고하다. <뉴욕타임스>는 “몽크 감독은 팀 안에서 불평이 나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프타임 전술을 지시할 때는 수비와 공격에 관해서 딱 3가지를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큰돈을 쓰지 않으면서 가장 정확한 눈으로 꼭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몽크 감독의 특징이다. 가나 대표팀 출신으로 마르세유에서 영입한 아예우가 대표적이다. 몽크 감독은 자유계약 선수를 영입해 이적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 아예우가 거함 맨유를 격침시키는 선봉이 됐다. 최전방 공격수 고미스도 그저그런 선수였지만 몽크 감독이 지난 시즌 후반부터 중책을 부과하면서 정상급 선수로 진화하고 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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