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6)의 금지약물 네비도 투약은 고의성보다는 의사 과실이 컸던 것으로 판단됐다.
서울중앙지법 8단독 강병훈 부장판사는 17일 수영선수 박태환에게 금지약물 네비도를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김아무개(46)씨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강 판사는 “피고인이 박태환에게 네비도로 인해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올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설명을 하지 않았거나 부족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박태환 쪽은 지난해 말 도핑 성분 검출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징계를 받게 되자, 김씨가 투약한 약물이 도핑금지 대상인지 몰랐다며 김씨를 고소했다. 검찰이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김씨를 기소하면서 최근 8개월간 법정 다툼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네비도를 주사하면서 상세히 설명하지 않고 진료기록도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박태환이 네비도를 알고 맞았느냐, 모르고 맞았느냐 여부였다. 네비도는 테스토스테론 계열의 성장호르몬으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정한 1급 금지약물이다. 이날 재판부는 의사로부터 주사를 맞을 때 “‘그 약이 도핑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고, 의사가 ‘체내에 있는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는 박태환 쪽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씨는 지난 결심 공판에서 “박태환은 만성피로, 무기력증을 호소했고 체력 증진을 위해 각종 비타민과 성장호르몬, 남성호르몬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나도 박태환이 잘되길 바라는 국민 중 한 사람”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주사를 맞아 엉덩이 통증이 생겼다는 박태환 쪽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의사의 무죄로 판결했다.
박태환 쪽은 이날 “박태환의 금지약물 투약이 고의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길 바랐는데, 법원의 판단으로 박태환에 대한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증인으로 법원에 나가기도 했지만 그동안 훈련에만 집중해왔다. 박태환을 지도하는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의 체력이 많이 올라왔다. 훈련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했다. 박태환은 현재 서울 송파의 올림픽수영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3일 실시한 약물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의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은 내년 3월2일 복권된다. 징계 해제 두달 전부터는 단체훈련 등이 가능해 내년 1월2일부터는 훈련 환경이 훨씬 좋아지게 된다. 박태환은 명예회복을 위해 내년 리우올림픽 출전을 꿈꾸고 있다. 금지약물 투약 선수의 자격박탈을 명시한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이중처벌이라는 지적이 있어 박태환의 리우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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