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케이씨씨(KCC) 선수들이 21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시상식에서 추승균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누구보다 우승을 하고 싶었다.”(하승진)
“승진이보다 조금 더 기뻐요.”(전태풍)
“다 같이 뭉쳐서 이겼다.”(안드레 에밋)
우승한 팀에는 잘나가는 이유가 있다. 벽이나 경계가 없는 하나의 힘이랄까. 국내 최장신의 거구 하승진이나 혼혈 선수 전태풍, 올해 한국 무대를 처음 밟은 기교파 에밋까지 선수들은 모두 하나였다. 그리고 선두에는 다양한 개성의 선수를 모은 추승균(42) 감독이 있다. 선수 시절 ‘소리 없이 강하다’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초보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으로 소리 없이 강한 사령탑이 됐다.
36승18패로 모비스와 동률 불구
맞대결 성적 앞서 정상에 올라
‘소리없이 강한’ 초보감독 추승균
단신 외인 에밋 1차지명 대성공
트레이드로 막판 12연승 질주 등
‘3연속 PO 탈락팀’ 반전 이끌어
추승균 감독의 케이씨씨(KCC)가 21일 경기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케이지씨(KGC)인삼공사를 86-7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케이씨씨가 정규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1년 창단 이후 처음이다. 전신인 현대를 포함하면 네번째. 케이씨씨는 36승18패로 모비스와 동률을 이뤘으나 맞대결에서 4승2패로 앞서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6라운드 전승을 차지한 케이씨씨는 막판 12연승을 달리는 괴력을 선보였다.
추승균 감독은 “끝까지 나를 믿고 따라와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선수들이 패배의식을 버리고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실 케이씨씨는 시즌 초반 1승3패에 빠지는 등 불안했다. 지난 시즌 막판 감독대행으로 있다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으로 데뷔한 추승균 감독의 속도 바짝 탔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하승진이 부상에서 회복됐고, 전태풍도 서서히 살아났다. 193㎝ 이하의 단신을 1라운드에 뽑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선택한 외국인 선수 에밋도 출력을 높였다. 12월 에밋과 자주 동선이 겹치는 리카르도 포웰을 내보내고 허버트 힐을 받아들이는 선수 이적은 결정적 계기. 추승균 감독은 “힐이 들어오면서 다른 선수들의 공간 활용이 좋아졌다. 이때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하승진의 안정감과 위압감은 무엇보다 돋보인다. 동작이 굼뜨거나 부정확한 슛으로 속을 썩이던 하승진은 달라졌다. 이날 우승 향배가 걸린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하승진은 24득점, 21튄공잡기로 코트를 제압했다. 수비에 가담하기 위해 달려오는 그의 스피드는 예전과 다르다. 하승진은 “승균이 형이었는데 감독이 되더니 달라졌다.(웃음) 감독님한테 꼭 우승을 안겨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끈끈한 팀 분위기는 주눅들지 않고 과감한 3점포로 팬들을 열광시키는 전태풍 등 다른 선수한테도 느껴진다. 김태술, 김효범, 정희재, 신명호, 김태홍, 김민구 등은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다. 지다가도 마지막에는 이기는 강팀의 부활에 전주의 농구 인기는 빵 터졌다.
최근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케이씨씨는 플레이오프 4강에 직행했다. 25일부터 시작되는 4-5위, 3-6위의 6강 플레이오프가 끝나면 4위(인삼공사)-5위(삼성)전의 승자와 다음달부터 4강 싸움을 벌인다. 그것을 넘어서면 챔피언결정전 과제가 기다린다. 추승균 감독은 “2주 정도 휴식할 시간이 있다. 선수들 컨디션을 잘 조절해 4강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추 감독은 방송 인터뷰에서 울었던 것에 대해서는 “농구를 시작하고 나서 경기에 나설 때는 늘 하늘에 있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이기게 해달라고. 그것 때문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안양/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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