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프 종목선 은, 볼과 리본선 동메달…리우 올림픽 ‘청신호’
19위(2011년)→18위(2012년)→10위(2013년)→6위(2014년), 그리고 은메달(2016년). 근성과 집념의 손연재가 전통의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개인종합 2위에 올랐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양쪽 발목에 테이핑을 하고 나선 그의 강인한 정신력이 매서웠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가 20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드루즈바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올 시즌 첫 국제대회인 모스크바 그랑프리 개인종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전망을 밝게 했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2011년부터 쭉 출전해왔지만 시상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체조연맹이 주관하는 모스크바 그랑프리에는 리듬체조 최강국인 러시아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이 때문에 국가당 출전 선수 수를 제한하는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대회보다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연재가 최근 6년간 이 대회에서 보여준 꾸준함이 신뢰를 주는 이유다.
손연재는 이날 곤봉(18.366점)과 리본(18.166점), 전날 후프(18.066점)와 볼(18.366점) 등 네 종목에서 모두 수준급인 18점대를 찍어 합계 72.964점으로 러시아의 알렉산드라 솔다토바(74.066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72.964점은 손연재의 국제대회 개인종합 최고점이다. 손연재가 지난해 8월 소피아 월드컵에서 거둔 72.800점보다 높다.
손연재는 올 시즌 새 프로그램을 짜면서 두 가지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리우 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함에서다. 손연재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5위에 머물렀다.
우선 기술 난도를 높였다. 지난 시즌처럼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도는 푸에테 피벗이 아닌 한쪽 다리를 쭉 편 채 회전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성공적인 회전이었다. 오랜 선수 생활로 노련미가 쌓인 손연재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새 프로그램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손연재는 댄스 스텝까지 촘촘히 배치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두 번째 승부수는 배경음악 전면 교체다. 손연재는 후프와 볼, 곤봉과 리본 네 종목 모두에서 배경음악을 바꾸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곤봉에선 일렉트로닉 장르의 ‘올 어보드’를, 리본에선 ‘리베르탱고’를 선택해 고혹적인 여인으로 변신했다. 프로그램 구성이나 난도, 표현력에서 압도적이었다.
손연재는 21일 이어진 종목별 결선에서도 3개의 메달을 추가했다. 후프(18.283점)에선 은, 볼(18.366점)과 리본(18.133점)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곤봉(18.366)은 4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손연재는 4종목 총점 72.964점을 받아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개인종합 은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는 “시즌 첫 경기를 잘 마무리해 기쁘다. 리우 올림픽까지 차근차근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권승록기자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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