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승부보다 더 치열한 장외 싸움. 명암은 한 표 차였다.
모비스의 양동근이 22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의 영광을 차지했다. 기자단 투표 99표 가운데 49표를 얻어, 48표를 얻은 케이씨씨(KCC)의 전태풍을 따돌렸다. 한 표 차로 갈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동근은 환한 미소를 지었고, 아깝게 탈락한 전태풍은 고개를 숙였다. 우승팀이 아닌 팀에서 최우수선수가 나온 것은 역대 다섯 번째다. 감독상을 받은 케이씨씨 추승균 감독은 전날 “전태풍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양동근의 저력이 무서웠다.
22일 최우수선수 양동근(왼쪽)과 지도자상을 받은 추승균 감독, 신인상 수상자 정성우가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성실맨’ 양동근은 개인상 수집 전문가. 2006년과 2007년에도 2년 연속 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쥔 양동근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양동근이 그동안 팀에 안긴 챔피언결정전 우승컵도 다섯 개나 된다. 양동근은 도움주기왕과 수비 5걸로도 뽑혔다. 이번 시즌에는 아시안컵에 출전한 대표팀에 합류해 초반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45경기 동안 평균 13.56점을 해결했고, 5.6개의 도움주기로 팀을 급발진시켰다. 36승18패로 케이씨씨와 동률이 됐으나, 맞전적에서 밀려 우승만 놓쳤을 뿐이다. 4번째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양동근은 “기대도 안 했던 상을 받아서 감사하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팀 동료들을 만나서 이 자리에 섰다. 앞으로도 몸 관리 잘해서 은퇴하는 순간까지 오래 뛰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1표 차로 눈물을 삼킨 전태풍은 운이 따르지 않는다. 이날 최우수선수상 경쟁에서 밀리면서 베스트 5 부문에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양동근과 팀 동료 안드레 에밋이 가드 부문 두 자리까지 차지했기 때문이다. 전태풍은 2012~2013 시즌 오리온 소속일 때도 맹활약했지만 당시 정규 최우수선수 김선형과 양동근에게 밀려 베스트 5를 차지하지 못했다. 전태풍은 시상식 뒤 “무척 아쉽다. 마음이 조금 아프지만 털어낼 것이다. 난 걱정하지 말라”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냈다.
감독상은 정식 사령탑으로 첫 지휘봉을 잡고 팀을 우승으로 이끈 추승균 케이씨씨 감독에게 돌아갔다. 추 감독은 “응원과 격려를 해준 회장님과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위기도 있었지만 선수들과 마음이 통하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선수 때 우승보다 지금 이 순간이 더 기쁘다”고 했다.
최우수 외국인 선수는 케이씨씨의 괴물 선수 안드레 에밋한테 돌아갔다. 에밋은 내곽과 외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팔방미인으로 경기당 평균 25.72점을 올리며 팀 우승에 기여했다. 베스트 5에는 양동근(모비스), 안드레 에밋(케이씨씨), 함지훈(모비스), 이정현(인삼공사), 트로이 길렌워터(LG), 하승진(KCC)이 선정됐다. 애초 5명을 뽑지만 이정현과 길렌워터가 같은 표를 받았다. 케이씨씨의 신명호는 식스맨상을, 동부의 허웅은 기량발전상을 챙겼다. 엘지의 정성우가 신인왕에 올랐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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