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선수들이 20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을 누르고 3연승을 거둔 뒤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부천/연합뉴스
우리은행 여자농구 챔프전 우승
정규·챔피언전 통합 4연패
“위성우 감독 많이 뛰고 빠른 농구
여자농구 팀 문화에도 영향”
박혜진 2년연속 최우수선수
정규·챔피언전 통합 4연패
“위성우 감독 많이 뛰고 빠른 농구
여자농구 팀 문화에도 영향”
박혜진 2년연속 최우수선수
밟혀도 좋다. 몇번이라도….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또 밟혔다. 네번째다. 하지만 만면엔 미소가 그치질 않았다. 우승 헹가래 뒤 선수들은 위 감독을 짓이겼다.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고 정상에 오른 선수들한테는 응어리 풀기 겸 우승 세리머니다. 헹가래 한번 더 하자는 말에 위 감독은 기겁을 한다.
우리은행이 20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을 69-51로 꺾고 3연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정규·챔피언전 통합 4연패로 과거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에 뒤지지만 ‘우리은행 왕조’ 개창으로 불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슛과 드리블 능력, 시야 등을 갖춘 팔방미인 박혜진은 2년 연속 챔피언전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박혜진의 눈은 붉어졌다.
위성우 감독은 프로농구 선수 시절 스타는 아니었다. 하지만 2005년 여자농구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로 변신해서는 가장 우뚝한 별이 됐다. 양원준 여자농구연맹 사무총장은 “위성우 감독이 많이 뛰는 농구, 빠른 농구로 정상을 차지하면서 다른 농구팀들도 변신하고 있다. 여자농구 팀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위 감독은 선수들의 팀워크를 가장 강조한다. 아무리 개인능력이 뛰어나도 동료를 배려하지 않으면 혼쭐이 난다. 위 감독은 “일정한 틀이 있다. 그 틀 안에서는 선수들이 자유롭다. 하지만 틀 밖으로 나가면 아무것도 안 된다. 외국인 선수는 자라온 환경이 달라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팀이고 틀이 있다는 것을 주지시킨다”고 했다.
이날 우리은행의 쉐키나 스트릭렌이나 샤샤 굿렛은 토종 선수들과 다를 바 없이 몸을 사리지 않았다. 격렬한 다툼은 우리은행과 케이이비하나은행의 파울 수(23-17)에서도 엿보인다. 초반부터 전면 강압수비는 예사이고, 공이 나가는 것을 잡아내려 악착같이 달려드는 것에서도 차이가 났다. 어느 팀이 2승을 거둔 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결국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승패가 가려진다. 위성우 감독은 “때로는 고급스런 농구를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데 해답이 있는 것 같다. 또 그렇게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긴다”고 했다.
위성우 감독은 지금까지 코치와 감독으로 10번째 챔피언전 우승을 맛봤다. 신한은행에서 임달식 감독을 보좌할 때는 통합 6연패를 도왔다. 앞으로 우리은행의 통합우승 신기록에도 욕심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위 감독은 “그런 생각 절대 없다. 미리 그런 부담을 내게 지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위 감독의 용병술은 같은 눈높이다. 때로는 좌절도 있지만 전주원 코치 등 보좌진이 큰 힘이 된다. 구단에서도 위성우 감독한테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위 감독은 “선수들한테 휘둘려서는 성적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30대 노장인 임영희, 양지희 등 이전 소속팀에서는 빛을 못 보던 선수들이지만 위 감독 아래서 국가대표 주축이 됐다. 박혜진, 이승아, 김단비, 이은혜 등은 팀의 주력으로 새롭게 성장했다. 농구계에서는 “선수를 키워내는 능력이나 팀의 신구 조화, 외국인 선수를 다루는 노하우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내린다.
위 감독은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할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위 감독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국제대회에서 우리의 실력이 다른 나라보다는 떨어진다는 게 냉정한 평가”라고 했다. 우승 기쁨을 만끽할 시간이 많지는 않다. 위성우 감독은 “지금은 다른 것 생각하고 싶지 않다. 고생한 선수들과 함께 나도 푹 쉬고 싶다”고 했다.
부천/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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