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의 조 잭슨이 25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케이씨씨 전태풍을 따돌리고 질풍처럼 내달리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패 뒤 3연승
조직력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좀더 유기적인 오리온이 특정 선수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케이씨씨를 앞섰다.
고양 오리온이 25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7전4선승제) 4차전에서 단신의 외국인 가드 조 잭슨(22점 8도움)의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워 전주 케이씨씨(KCC)를 94-86으로 물리쳤다. 1패 뒤 3연승을 달린 오리온은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까지 1승 만을 남겨 두었다. 가뜩이나 상승세여서 27일 전주에서 예정된 5차전에서 우승팀이 가려질 수도 있다. 케이씨씨로는 벼랑 끝에 몰린 셈이다.
오리온은 강팀으로서의 조건을 다 갖췄다. 잭슨이 키가 작은 포인트 가드로서 스피드와 시야로 팀을 이끌고, 애런 헤인즈(18점)와 이승현(9점)이 내곽을 책임지면 김동욱(16점) 문태종(8점)이 외곽을 맡는 등 안팎에서 고른 득점력을 갖춘 선수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여기에 장재석, 허일영, 최진수, 이현민 등 수준급 선수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 누구 하나 약골이 없다.
반면 케이씨씨는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9점)의 높이를 자랑하지만 속도가 떨어지는 약점이 있고, 안드레 에밋(29점)의 단독 플레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특징이 있다. 신명호가 사력을 다해 뛰면서 가드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있지만 전태풍과 김태술의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동력을 끌어올리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런 구조적인 차이는 초반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막판으로 가면서 미세한 우열의 차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이날도 4쿼터 종료 3분을 남기고 두 팀의 격차는 2~3점차로 박빙이었다. 하지만 2분여를 남기고 전태풍과 하승진이 5반칙으로 퇴장당하면서 판세는 급격히 오리온 쪽으로 기울여졌다. 서서히 잽을 날리다가 마지막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것과 비슷하게 케이씨씨를 초토화시켰다.
전술적으로도 오리온은 케이씨씨의 주 득점 루트인 에밋과 하승진을 겹겹히 포위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골밑 싸움에서 틈을 주지 않는 오리온의 작전은 외곽을 포기한 것과 같았다. 실제 케이씨씨는 신명호가 완전하게 슈팅 기회를 여러 차례 얻어 3점슛 4개를 터뜨렸다. 하지만 골밑 득점로가 막혀서는 케이씨씨의 장점을 살릴 수가 없었다. 반면 오리온은 김동욱 문태종 최진수의 외곽포와 잭슨의 탄력과 돌파, 득점력이 폭발하면서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경기에 대한 몰입도를 보여주는 튄공잡기에서도 33-28로 앞섰고, 득점할 때의 호흡을 보여주는 도움주기(18-15)에서도 케이씨씨를 추월했다.
정규리그에서 케이씨씨의 전태풍과 자존심 싸움을 벌였던 오리온의 잭슨은 이날 경기 뒤 “전태풍은 베테랑이다. 코트에서는 다른 생각 안하고 경기에만 집중한다. 나는 경쟁을 즐긴다”며 가파르게 상승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5차전은 27일 오후 2시12분 전주체육관에서 열린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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