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씨씨(KCC)의 코트 지휘관이자 주 득점원인 안드레 에밋이 27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골밑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프로농구 챔프전 5차전…오리온에 ‘반격’ 2승3패
에밋·전태풍 58점 합작, 고졸신인 송교창도 발군
에밋·전태풍 58점 합작, 고졸신인 송교창도 발군
4600명 정원의 체육관에 4717명이 들어찼다. 좌석이 없어 복도에도 관중이 넘쳤다. 실내 열기는 후끈했고, 케이씨씨(KCC)는 기운의 영험을 봤다. 패배한 추일승 오리온 감독조차 “체육관 분위기가 영향을 준다.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전주 케이씨씨가 27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전태풍(20점)과 안드레 에밋(38점), 올해 고교를 졸업한 송교창을 앞세워 고양 오리온을 94-88로 꺾었다. 벼랑 끝에 몰렸던 케이씨씨는 2승3패로 반격을 시작했다. 케이씨씨는 29일 고양체육관에서 6차전을 벌인다. 추승균 케이씨씨 감독은 “6차전도 최선을 다하겠다. 7차전을 전주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방 체육관의 힘을 받았을까. 케이씨씨는 달라졌다. 선수들의 눈빛부터 발걸음까지 4차전까지의 팀이 아니었다. 평균 1.5배는 더 뛰는 듯했다. 추승균 감독은 “오늘은 드디어 수비가 됐다. 해법을 조금씩 찾아간 것 같다”고 했다. 전태풍과 안드레 에밋은 케이씨씨 동력의 양 엔진이다. 둘이 키를 잡아 방향을 제시하고 공격의 실마리를 푼다. 그런데 이날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식스맨인 김지후와 송교창도 자신감을 갖고 거들었다. 3점 슈터인 김효범과 장신 하승진도 수비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이런 팀을 만나면 누구라도 상대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실제 2쿼터까지 케이씨씨의 완벽한 우세. 케이씨씨는 전태풍의 외곽포와 에밋의 근접슛, 김효범(11점)과 힐의 착실한 득점까지 더해 오리온을 한때 21점차까지 앞서며 전반을 55-37로 끝냈다. 하지만 앞서면 긴장의 끈은 느슨해진다. 더욱이 농구는 흐름의 경기. 추일승 감독은 “하프타임 때 선수들에게 10점 차로만 좁히라고 했다. 그럼 4쿼터에 해볼 만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지시를 받은 오리온 선수들은 대반격을 펼쳤다. 외곽포 군단답게 이승현(23점·3점슛 5개)과 김동욱의 3점포를 작렬시킨 오리온은 3쿼터에 68-70, 2점 차로 따라붙었다. 4쿼터 초반 조 잭슨(32점)의 추가 득점까지 70-70 동점. 분위기는 오리온으로 확 쏠렸다.
추승균 케이씨씨 감독이 움찔한 것은 당연했다. 추승균 감독은 “흔들리지만 말아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전태풍과 에밋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았고, 올해 2월 삼일상고를 졸업한 프로 새내기 송교창이 이날의 스타가 됐다. 송교창은 이날 2쿼터 2점, 4쿼터 5점 등 단 7득점에 그쳤지만 승패를 결정짓는 플레이를 펼쳤다. 종료까지 44초를 앞둔 상황. 86-84, 2점 차이로 불안한 우위를 지키던 케이씨씨는 상대의 심한 견제를 받은 김효범의 미들슛이 림 한쪽에 맞고 튕기면서 철렁했다. 하지만 그 순간 송교창이 상대 수비진 사이에서 스프링처럼 튀어오르며 팁인슛을 성공시켰다. 4점 차로 간극을 벌리는 이 슛 하나로 케이씨씨는 최대 고비에서 벗어났다. 에밋과 김효범이 막판 상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까지 꼬박꼬박 성공시키며 승리를 굳힐 수 있었다. 추승균 감독은 “끝을 본다고 생각하고 송교창을 투입했다. 다른 것 하지 말고 잘하는 것만 하고, 수비와 리바운드에 가담하라고 지시했다. 6차전에서도 송교창 등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배한 추일승 감독은 “좀더 냉정하게 공격의 선택을 해야 했다. 6차전에서는 더 집중해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