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안양 한라의 브락 라던스키(왼쪽)가 골리인 맷 달튼과 껴안고 좋아하고 있다. 사진제공 온더스포츠
종료 6초전 터진 골. 안양 한라 선수들은 만세를 불렀고, 사할린 선수들은 비디오 판정을 기다렸다. 3분여가 지났을까. 주심은 골을 선언했다. 스탠드 한쪽 귀퉁이에서 응원을 하던 20여명의 안양 한라 서포터스는 다시 한번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안양 한라가 2일 오후 5시(한국시각) 러시아 사할린 크리스털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사할린(러시아)과의 2015~2016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경기 종료 6초를 남기고 터진 브락 라던스키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2승2패로 균형을 맞춘 안양 한라는 3일 오후 5시 최종 5차전을 벌인다. 정규리그 1위여서 통합 우승을 노린다.
이날 경기는 근래 들어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플레이오프 최고의 명승부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 몰린 안양 한라 선수들은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몰아붙였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다음 가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케이에이치엘(KHL) 출신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사할린팀은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한라의 공격을 막아냈다.. 팽팽한 가운데서도 한라가 좀더 많은 샷을 날렸고, 사할린은 간헐적으로 패스를 차단해 들어오는 역습으로 한라의 골문을 노렸다. 양팀의 골리가 완벽한 방어로 골문을 지키는 활약까지 더해져 1, 2피리어드 40분간 골은 터지지 않았다.
3피리어드도 마찬가지로 좀체 골문이 열리지 않으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한라는 상대의 반칙으로 한 선수가 2분간 페널티를 받아 퇴장한 수적 우위의 파워플레이 상황을 이날 5차례 맞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의 완강한 수비벽에 막혀 골이 터지지는 않았다. 이날 양팀의 슈팅 수에서는 한라가 31-22로 많았다. 결국 끊임없는 공격 작업 노력이 쌓이고 쌓여 종료 6초 전 기적의 골이 터졌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대표팀 외국인 선수인 에릭 리건과 브락 라던스키가 주인공이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건이 18m 정도의 거리에서 슬랩샷을 했고, 상대 골리 앞에서 스크린 플레이로 시야를 방해하러 들어갔던 라던스키가 날아오는 퍽의 방향을 살짝 틀어 골을 성공시켰다. 전광판은 종료 6초에서 멈췄고, 하키 스틱을 골대보다 높이 들었다는 사할린팀의 이의 제기로 심판들은 비디오 판독에 들어갔다. 3분여 뒤 주심은 반칙은 없었다며 골을 선언했고, 이로써 승패는 갈렸다. 골을 넣은 라던스키는 “의도적으로 퍽을 꺾었다. 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한라는 3일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마지막 5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2009~2010시즌에 이어 6년 만에 두번째 통합우승을 일구며, 2010~2011시즌에 이어 5년 만에 챔피언에 오른다. 사할린/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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