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태권도 사범 전상근
러시아 유일 한국 정부 파견 태권도인의 도전
“사할린 출신 러시아 태권도 대표선수를 만드는 게 꿈이다.”
전상근(50) 사할린 동양스포츠학교 태권도 사범은 사할린, 더 나아가 러시아에 유일한 한국 정부 파견 태권도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태권도 보급을 위해 세계 33개국에 태권도 사범을 파견하고 있다. 주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중남미에 집중돼 있었고 러시아는 지원 대상 국가가 아니었다. 하지만 사할린 동양스포츠학교의 요청과 한국 외교부 등의 도움으로 지난해 12월 사할린에 오게 됐다.
2일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한라-사할린의 챔피언전이 열린 유즈노사할린스크의 크리스털 아이스 아레나 앞에서 만난 전 사범은 “사할린에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역사적으로 아픈 상처를 간직한 곳이다. 이곳에서 올림픽 출전 태권도 선수를 배출한다면 사할린 사람들의 자부심도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 사범은 동양스포츠학교의 사범직을 유지하면서 여자태권도 실업팀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남자보다는 여자 선수를 훨씬 빨리 키울 수 있다. 8명의 선수단 운영비가 월 1만달러인데 사할린 주 정부의 체육부 장관이 2명의 비용은 지원하기로 했다. 나머지 선수들을 위한 후원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유즈노사할린스크 내의 태권도 도장은 여러 곳이고, 한인 사범들도 있다. 그러나 올림픽 대표급으로 키울 만한 선수는 한 명 정도에 불과하다. 전 사범은 “이웃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에 가서 선수들을 발굴할 계획이다. 신체적으로 키가 큰 러시아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뽑게 될 것”이라고 했다. 5월말까지 팀이 구성되면 6월말 경주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또 한국 전지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전 사범은 “러시아 선수들은 연습 시간이 매우 짧다.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3개월만 하면 몇 년치 훈련 효과를 낼 수 있다. 내년말까지는 2018년 초에 이뤄질 러시아대표팀 선발전에 나갈 선수들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 감독은 경남 구암고를 10년간 고교 태권도 정상으로 유지시켰고, 2006년 대표팀 코치를 거쳐 알제리, 코스타리카, 인도의 국가대표 사령탑을 역임했다. 그는 “사할린 주 정부가 태권도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현지의 후원자를 찾고 있지만 한국이 기업들이 도와준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유즈노사할린스크/글·사진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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