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심의’ 경기력향상위가
거론도 하기 전에
‘2차 심의’ 스포츠공정위서
먼저 개정 불가 의견 모아
박태환, 재기 위해 훈련했는데
‘올림픽 출전’ 더 힘들어져
거론도 하기 전에
‘2차 심의’ 스포츠공정위서
먼저 개정 불가 의견 모아
박태환, 재기 위해 훈련했는데
‘올림픽 출전’ 더 힘들어져
박태환(27·단국대 대학원 휴학)의 리우올림픽 출전이 더 어려워졌다. 약물 오명을 벗고 재기하기 위해 1년여간 이를 악물고 한 개인훈련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대한체육회는 6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13층 회의실에서 1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도핑 선수는 징계가 만료된 뒤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정한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규정(5조6항)을 바꾸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태환은 지난달 1년6개월의 도핑 징계에서 벗어나 현재 호주 시드니에서 훈련하고 있고, 4월25~29일 광주 남부대수영장에서 열리는 경영국가대표선발 2차전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선발전에서 좋은 기록을 낸 뒤 이중처벌 논란이 있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바뀌면 리우올림픽에 출전한다는 희망을 가져왔다. 그러나 스포츠공정위원회의 내부 의견이 부정적으로 모이면서 암초를 만났다.
규정의 제정이나 개정은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회가 1차적으로 심의를 한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정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고,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확정이 된다. 그러나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먼저 규정 개정에 관한 여지를 좁히는 ‘오버’로 비칠 수 있는 조처를 취함으로써, 경기력향상위원회가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과 관련된 규정을 심의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박태환을 가르치는 노민상 감독은 “징계받은 이래로 줄곧 개인훈련을 해왔다. 연습을 잘 시켰기 때문에 출전만 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리우올림픽 자유형 400m, 200m 등 중거리 종목에 초점을 두고 훈련을 했다. 400m의 경우 올 시즌 국제대회 최고 기록이 3분46초대다. 박태환은 3분45초대를 찍을 정도로 훈련을 해왔다”고 했다. 또 “400m가 주종목이지만 더 격한 스피드 싸움이 벌어지는 200m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박태환은 현재 호주의 대표급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는데, 이달 20일께 귀국할 예정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400m)·은(200m), 2012년 런던올림픽 은(400m·200m)을 챙긴 박태환은 세계적인 선수다. 박태환의 재능을 아끼는 사람들은 도핑 징계를 받은 선수에게 국가대표 자격까지 박탈하는 것은 이중징계라며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는 이중징계를 금지하고 있다. 경쟁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기량이 출중한 박태환이 다른 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등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까닭에 대한체육회도 지난해부터 이중처벌 성격의 대표팀 자격 규정에 대한 검토를 해오고 있다. 선수 폭력, 비리, 성폭력 등과 관련된 징계까지 함께 검토를 해왔다. 그러나 이날 스포츠 공정위원회가 안건에도 없는 사항을 논의해 개정할 의지가 없다고 공표함으로써 박태환의 입지는 좁아졌다. 대한수영연맹이 최근 내부 비리로 전무 등이 구속되고, 회장마저 사퇴해 관리단체로 지위가 떨어진 것도 박태환한테는 불리하다.
이런 악조건에서 박태환은 좋은 성적을 내고, 여론의 힘을 얻어 리우에서 명예 회복을 하겠다고 기대해왔다. 하지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선제적으로 선수의 재기 가능성을 좁히면서 위기에 처했다. 다만 규정 개정 등과 관련해 일차적인 심의 권한을 갖고 있는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앞서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은 순리에 맞지 않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